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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국, 네덜란드, 호주, 인도를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의 창의력 교육을 돕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입시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연구에도 참여하지 않았던 고등학생을 의학 분야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시킨 것은 명백한 부정행위입니다. 지금의 상황은 단순히 조 후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교육 전체의 문제입니다. 조 후보자처럼 자녀의 입시를 도와줄 수 있는 지위에 있을 때 그 권력을 악용하고자 하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한국의 부모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교육부 장관께서는 이번 논란을 개인의 부도덕성 차원을 넘어 국민의식 측면에서 교육제도를 바라보고, 이런 문제가 과연 왜 생겨났는지 우리 교육 풍토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를 행복한 사람으로 키우면서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게 창의력 개발이고 미래의 교육입니다. 창의력으로 성공한 결과가 혁신이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하면서 ‘작은 혁신’을 이뤄본 아이만이 혁신가가 될 수 있습니다. 작은 혁신이 많은 사람들의 삶을 이롭게 하면 그것이 노벨상 수상과 같은 ‘큰 혁신’이 됩니다.

한국의 부모는 아이의 내적 행복을 위해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의 전문성을 개발해주는 대신, 조건이나 학벌을 중시하고 점수나 스펙에 연연합니다. 부모가 억지로 외우게 하고, 자격증이나 급수를 따기 위해 진도 나가는 데에만 급급하거나 단순 반복 학습을 통해 아이가 모든 걸 싫어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또 아이의 선택을 대신해주고 어른의 말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수직적 서열을 주입합니다.

절대로 아이를 남과 비교해서는 안됩니다. 철사로 강제로 누르고 억지로 뒤틀어 남 눈에 보기 좋은 분재를 만드는 대신 제각기 다른 형태와 모습을 한 나무를 키워 다양한 열매를 맺도록 해야 합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님! 반창의적인 풍토를 바꾸지 않고는 아무리 교육 선진국에서 성공한 교육제도를 베껴와봤자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혹은 입시 부정행위가 적발될 때마다 입시제도를 바꾸는 임기응변은 대한민국 교육에 독이 될 뿐입니다. 조 후보자 딸의 입시전형 과정에서 드러난 부정행위 때문에 객관식 시험이 아이의 전문성을 고려할 수 있는 주관적 평가보다 더 공정하다고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객관식 시험 자체가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사회·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부모들은 선행학습뿐만 아니라 고득점 요령까지도 비싼 사교육 비용을 들여 삽니다. 그 결과 아이가 특목고나 자사고에 다니면서, 명문대라는 학벌을 따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학벌이 아니라, 개인의 전문성을 토대로 한 창의력입니다. 반창의적 풍토 속에서 창의력교육을 받지 않은 채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권력을 잡게 되면 어떤 진영을 떠나 이기적이고, 부정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득권자가 됩니다. 악순환의 고리는 쉽게 끊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곧 다가올 미래에 나타날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토대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학부모 교육을 법제화해서 교육 풍토 자체에 변혁을 꾀해, 아이들에게 창의력을 되돌려주는 일만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장합니다.

<김경희 윌리엄메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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