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일본 정부는 한국 반도체산업의 주요 소재에 관한 수출심사를 강화하는 보복조치를 발표했다. 이 보복조치의 배경에는 작년에 나온 강제징용 노동자의 배상판결, 일본 자위대 항공기 접근에 따른 레이더 사용 여부에 관한 논쟁, 위안부 문제 및 일왕의 사죄요구 발언,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등에 관한 일본 정부 및 보수 의원들의 누적된 불만이 있다.  

올 2월부터 일본 자민당 및 일부 야당의 보수 의원들은 당내의 외무위원회 등에서 ‘한국의 급소를 쳐라’라고 강변하면서, 그 보복수단으로써 반도체산업 소재의 수출제한, 송금 금지, 무비자(90일간)의 일본 입국 조치 취소, 한국선적의 일본 입항 금지 등을 주장하였다. 이런 강경 분위기 속에서 3월12일에는 일본 정부의 2인자로 불리는 재무상(아소 다로)이 의회에서 ‘한국에 대한 제재의 구체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답변한 적도 있다. 결과적으로 7월1일의 소재수출에 관한 제재가 ‘제1차’ 보복조치로써 발표된 꼴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오사카 _ AP연합뉴스

자유무역 옹호를 선언하는 G20의 종료까지 개최국인 일본이 보복조치의 발표를 미루었지만, 향후 한국의 대응에 따라 계속적인 보복조치를 취할 시나리오를 나름 갖춘 것으로 짐작된다. 따라서 한국 정부의 대응에 관한 나의 소견을 몇 가지 내놓고자 한다. 첫째, 7월21일에 있을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가 나올 때까지, WTO 제소와 철회요구(서면 등) 이외의 정부 차원의 ‘공개적인 대응’은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최근 불거진 국민연금 부족 문제로 곤경에 처한 일본 자민당에는, 한·일 대립이 오히려 선거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둘째, 참의원 선거 후에 보복조치에 상응한 실질적인 대응을 집중적으로 하는 편이 효과적이다. 참의원 선거 후의 합의로 연기되어 있는 미·일 간 무역교섭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는 만큼, 일본의 국내 여론이 아베 정권에 비판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단, 이 경우에도 정부의 공식적 대응은 보복조치에 상응하는 범위(금액 등) 내로 한정해야 한다. 다만 시민단체의 자발적 행동으로써 자동차 등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보다 효율적인 대응책으로써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불매운동은 10월에 예정되어 있는 소비세(부가가치세)의 세율인상으로 일본 국내경기의 침체국면이 드러날 올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는 유지되어야 한다. 덧붙이면, 7월1일 일본은행이 발표한 일본 제조업(대기업)의 경기예측도 3개월 전의 조사에 이어 계속 후퇴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셋째, 올해 말까지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내년 4월에 있을 한국의 21대 총선 무렵 일본은 추가적인 보복조치로써 현 정권에 더욱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삭제하는 법(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도 이미 제출된 상황으로, 공모기간을 거쳐 8월20일쯤 시행된다. 게다가 7월의 참의원 선거가 끝나면, 내년 도쿄올림픽 종료까지는 선거(중의원)가 없는 만큼, 아베 정권은 국내의 반발을 무시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된다. 마지막으로, 내년 도쿄올림픽 개최에 따른 국제정치적 부담 때문에 개최(7월24일) 이전에 일본이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이 예상되나, 최소한 이때까지는 관계자들이 냉정하게 대응할 자세를 갖추고 피해감수에 대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향후 6개월∼1년 정도 대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치적 및 경제적 대응에서 감성적·낙관적 판단이 아니라 신중하고 중기적인 대책 마련이 불가결하다. 아울러, 책임 있는 이들 특히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발언은 자제되어야 한다. 

한편, 일제의 식민지에서 독립된 지 70여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일본에 종속된 산업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수출·수입의 일본 의존도를 보면, 전자는 2000년의 11.9%에서 2017년에는 4.7%로 꽤 낮아졌지만, 후자는 같은 기간 19.8%에서 11.5%로 낮아지긴 했어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국내 중소기업의 육성을 뒷전으로 한,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 폐해가 이번 사태로 명백히 드러난 이상, 장기적인 대책으로 중소기업의 국제경쟁력 향상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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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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