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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재생에너지총회(KIREC)가 10월23~25일 서울에서 열렸지만 기대와 달리 무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2017년 멕시코에서 열린 이전 총회에서 한국이 차기 개최지로 선정됐을 때, 정부는 관련 산업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이번 총회는 소리소문 없이 시작하고 무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홈페이지는 한국어로 서비스하지 않았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행사였던 걸까?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개회사에서 “재생에너지가 우리 미래의 활력”이라는 진부한 슬로건만 제시했을 뿐 기후위기의 시급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기술혁신 덕에 태양광 전기료가 10년 전에 비해 6%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자랑했다. 가격이 떨어진 것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재생에너지 가격이 높은지 자문해 봐야 한다. 정부는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을 표방하지만 어이없는 규제를 유지하여 에너지전환을 막고 있다.


그는 또 “한국은 석탄, 석유, 가스 같은 부존자원 없이 오로지 기술 혁신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 장관은 도대체 어느 나라를 말하는 건가? 한국은 전 세계에서 화석연료를 다섯 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7위다. 대부분의 선진국과는 달리 2030년까지 줄여야 하는 온실가스 감축량의 기준을 특정 연도 배출량 기준이 아니라 배출전망치(BAU) 기준으로 제시하는 나라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기후변화를 현존하는 위협으로 규정하고 탄소세를 현행 2달러에서 75달러까지 올릴 것을 주창했다. 한국 산업부는 이 시나리오를 감당할 수 있나? 전 세계는 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 대기업 상당수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어 해외 거래처와 계약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무역의존도가 70%에 이르는 한국 경제가 기후위기 탓에 받을 타격을 산업부는 내다보고 있는가? 재생에너지 전환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임을 이해하고 있는가? 이번 총회에서 보인 산업부의 행태를 보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세계재생에너지총회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이해를 넓히며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고민하는 현장이다. 하지만 서울 총회는 달랐다. 나는 이번 총회에 고위급 패널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곳에서 10년 전부터 반복되는 논의를 듣고 있자니 속이 터졌다. 한 참석자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칠 위협을 제대로 인식하고 공유하고 있는가?”


한국 정부에 재생에너지는 허울 좋은 말잔치일 뿐이다. 석탄이 수익이 된다는 말이 거침없이 등장하고 심지어 동남아에 수출까지 한다. 또 값이 싸다는 이유로 석탄으로 생산한 전기를 모두 다 사주는 전력 시스템을 유지하고, 산업부는 여전히 세금으로 석탄 발전 보조금을 챙겨주는 게 현장에서 보는 현실이다. 이 같은 산업부에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기후위기는 소리 없는 위협이다. 산업부는 이 위협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구조가 탄소제로체제로 재편되고 있지만, 산업부는 아무 대책 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 그사이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물이 끓어 죽게 될 처지를 모르고 냄비 속에 앉아 있는 개구리처럼.


<이현숙 |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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