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학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커리큘럼을 개편했다. 자치경찰론, 소방행정론, 도시안전실무, 공기업회계, 토지정보체계론 등이 탄생했다. 나는 이번 학기부터 자치경찰론을 강의해야 한다.

그동안 경찰행정과 거리가 멀었던 일반행정 전공자가 자치경찰론 강의를 자원한 이유는 자치분권 강화와 경찰행정 개혁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동의하고 개인적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제의 식민통치와 미군정 이후에도 억압적 통치의 과오를 청산하지 못한 경찰에 과도하게 의존한 이승만 정부는 치안국가의 전형이다. 또한 치안국가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병영국가를 표방한 박정희 정부는 억압적 규율을 산업현장은 물론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켰다. 이로써 한국은 단독정부 수립과 초기 산업화를 거치면서 치안국가와 병영국가가 결합된 경성국가(hard state)로 대내외에 각인되었다.

1987년 이후 우리는 세계화와 민주화에 부응하는 역동적이고 신축적인 국가를 추구해 왔다. 문재인 정부가 제안한 혁신적 포용국가도 이러한 고민의 결과이다. 하지만 변화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1919년 임시정부의 법통과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시도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따라서 자치경찰제로 대표되는 권력기구 개편의 당위성은 보다 더 분명해진다.

그간 우리가 경험으로 체득한 권력의 본산은 청와대를 비롯해 군대, 검찰, 경찰, 국회, 법원, 정보, 감사, 징세, 예산, 조직, 인사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직·기능들의 폐해는 최근 성취한 반복적 정권교체를 통해 상당부분 해소된 상태이다. 그러나 경찰-검찰-법원이 연계된 폐쇄적 권력기구 개편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지방에서 이루어지는 행정은 민주적 통제나 보충성의 원칙에 입각해 주민들이 단체장을 선출하는 보통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강력한 중앙집권의 전통으로 인해 특별지방행정기관으로 지칭되는 중앙정부의 일선기관들이 건재한 모습이다. 제주특별자치도나 세종특별자치시를 통해 중앙사무의 지방 이양을 시도하였지만 실험으로 제한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자치경찰제의 기대효과는 중앙집권적 경찰조직의 지역적 분산, 주민밀착형 경찰서비스 제공, 가외성을 구현한 협업체계의 지향, 독점적 경찰조직에 경쟁과 성과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권력기구 개편 자극 등이다. 하지만 자치경찰의 법제화를 위해서는 직제, 권한, 예산, 인원 등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이견을 적극 조정해야 한다. 또한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나 특별사법경찰 실효성 논란이 시사하듯이 신분 전환이나 역할 혼란을 우려하는 일선 경찰관들의 불안에도 응답해야 한다. 나아가 지방정치의 영향권으로 편입되는 자치경찰의 독립성도 보장해야 한다.

<김정렬 | 대구대 교수 도시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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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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