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자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다급하게 깨우셔서 일어나보니 이미 물이 몸을 덮고 있었어요.”

낫 케오는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한 듯했다. 지난 7월24일, 라오스 아타프주에서 큰 수해가 발생했고, 유엔(UN) 발표에 따르면 이번 수해로 현재까지 약 1만3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우리는 소식을 접한 후, 서둘러 라오스로 향했다. 재난 현장으로 가는 길부터 난관이었다. 평소 1시간이면 진입할 수 있는 길은 폭우로 인해 3시간이 넘게 걸렸다. 길 상태도 엉망이라 사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진입조차 어려웠다. 어렵사리 초등학교에 임시로 만들어진 대피소로 들어갔다.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진입로는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질퍽였고, 3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교실마다 60~70여명의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당장의 식사는 자원봉사자들과 기업의 지원으로 제공되고 있었으나 좁은 공간에 많은 인원이 생활하다 보니 화장실, 식수 등 무엇 하나 여유로운 것이 없었다. 대피소에서 만난 낫 케오는 부모님과 7명의 형제들과 함께 대피했다. 잠을 자던 중 겨우 헤엄을 쳐 집을 빠져나왔고, 마을 주민들이 보트로 구조해줬다고 했다. 이제 겨우 11살인 아이였지만 낫 케오는 자신의 지친 몸과 마음은 돌볼 겨를도 없이 어린 동생들을 챙기느라 바빴다.

이재민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위생문제였다. 재난이 일어나면 원래 살던 집에서 벗어나 대피소로 모이게 되는데 많은 사람이 한 곳에 몰려 단체 생활을 하다 보니 전염병 발병 우려가 높다. 특히 홍수와 같은 재난은 콜레라, 식중독 등 수인성 질병의 위험성을 몇 배나 더 높인다. 그래서 위생과 관련한 전염병 등의 문제를 예방하고자 칫솔과 비누, 세제 등이 포함된 위생키트를 배분했다. 그러나 이번 라오스 홍수 피해의 경우, 피해인구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대규모 재난이 아니란 이유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적은 편이라 안타깝다. 재난의 고통은 재난의 크기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재난은 그 자체로 큰 아픔이며, 재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소요된다. 모든 것을 잃은 곳에서 다시 삶을 일구어 나가는 것은 그들만의 힘으로는 어렵다. 그렇기에 우린 계속해서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도움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유엔재난위험경감사무국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재난으로 인한 피해액은 약 1조4000억달러이며, 피해자는 무려 17억명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재난 안전지대라고 불릴 만큼 재난 상황이 많지 않던 나라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국내 지진들을 경험하면서 재난이라는 것이 우리에게도 언제든 닥칠 수 있는 것임을 느끼고 있다. 재난은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19일은 세계 인도주의의 날이다. 어디선가 재난으로 인해 고통받을 지구촌 이웃들에게 관심을 갖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

<최인식 | 굿네이버스 긴급구호대응단 과장>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