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장관이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몰아내면서 근거로 삼은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심판의 헌법재판소 결정이 임박했다. 위헌법률심판 대상은 교원노조법 제2조이다. 노조를 결성할 수 있는 교원을 정의하면서 해고된 사람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 교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노동조합원이 될 수 있는 자격과는 엄연히 다르다. 헌법상 단결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은 근로자이다. 실업자라고 하더라도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는 이상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된다.

과거 기업별 노조를 원칙으로 하던 시대에는 실업자를 노조원에서 제외하는 것이 말이 된다. 그렇더라도 실업자를 ‘근로자가 아닌 자’로 해석할 뿐 그 사람이 근로자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지금과 같이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노조를 인정하는 시대에는 현재의 고용 여부는 문제가 될 까닭이 없다. 아니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 실업 상태의 근로자를 배제함으로써 단결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련 조항은 산업별 노조에 해당하는 교원노조에는 전혀 맞지 않는다.

헌법은 교원의 지위를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교원의 지위에 관련된 사항에 관해 이 조항이 노동3권 조항보다 우선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헌재는 사립학교 교원의 노동3권을 부인하던 법률조항을 합헌으로 결정하면서 이러한 논리를 끌어들였다. 기본권 보장의 법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의견이었다.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교원의 권리를 법률로써 더 강화하고 보호하려는 취지로 해석해야 했다. 헌재는 헌법을 거꾸로 해석했다.

공무원인 근로자에 대해 노동3권을 제한하는 헌법조항은 5·16 군사쿠데타 이후의 개헌 과정에서 도입했다. 공무원에게도 폭넓게 단결권을 인정하던 4·19 혁명 이후의 헌법 태도를 뒤엎은 것이었다. 불행하게도 민주화 이후 개헌에서도 솎아내지 못하고 현행 헌법에 남아 있는 쿠데타의 흔적이다.

국회가 헌정사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입법을 제대로 했더라면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몰아내려는 정부의 시도는 있을 수 없었다. 정부가 노조를 강제해산할 수 있었던 구시대를 청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노조의 규약을 문제 삼아 법외노조 통보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노동조합법시행령은 진작 삭제했어야 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은 입법부와 행정부가 헌정사에 대한 몰이해와 헌법에 대한 무지 탓에 합작하여 저지른 헌법 침해 사건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변성호 위원장(오른쪽) 등이 25일 국회에서 진행된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무원연금 재구조화 모형 설명회를 찾아와 항의하고 있다. _ 연합뉴스


헌법은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국가에 지우고 있다. 권력분립 원칙에 따라 각 국가기관에는 헌법적 책무가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은 국가권력의 남용을 제어하는 기준인 동시에 국가로 하여금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도록 하는 명령이다. 전교조 사건은 입법부와 행정부가 법률과 명령(시행령)을 잘못 다뤄 헌법으로부터 일탈한 사건이다. 이제 남은 것은 사법부뿐이다. 법률의 위헌 여부는 헌재에만 판단권이 있다. 법원은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통해 할 몫을 했다. 시행령의 기본권 침해 여부는 헌재에 최종적 판단권이 있다.

독재 시대의 잔재를 청산하고 민주화를 향해 갈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구시대의 망령에 사로잡혀 헌법을 껍데기로 만들면서 낡은 시대에 주저앉을 것인지 헌재의 결정만 남았다. 헌법을 경시하는 국회와 행정부의 행태가 이미 민주공화국의 도를 넘어섰다. 헌재에 대한 실망도 이미 선을 넘었다. 그러나 되돌아 나오지 않으면 안 될 길이기에 헌법의 금 밖으로 더 이상 가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다.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헌법적 분노의 임계점에 거의 다다랐기 때문이다.


오동석 |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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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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