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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생 07학번 정모씨는 2016년 졸업을 1년 유예하면서 취업준비를 시작했다. 2017년 2월 졸업 후 4년이 지났지만, 아직 취준생이다. 정부 지원 취업성공패키지 2유형에 참여해 4개월째 온라인 수업을 듣고, 정부에서 지급하는 훈련비와 수당 50만원 정도로 버티고 있다.

“제 경우는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고, 집안 사정도 있어 취업이 더욱 늦어진 경우인데요. 꾸준히 직업훈련과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에 곧 중소기업에는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정씨가 희망하는 국제물류 분야 중소기업의 정규직 연봉은 3000만원 정도다. 일단 관련 분야에 진입해 경력을 쌓는다면 대기업에 도전할 기회가 다시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씨의 사례는 청년 일자리 현실을 잘 드러낸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는 부족하고, 특히 문과 출신은 추가적 교육훈련과 일 경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 2019년 기준 대졸 청년 취업자 중 19.7%만이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에 진입했다. 8.2%가 대기업과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되었다. 취업에 성공한 5명 중 1명만이 ‘좋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5명 중 3명은 대기업 임금의 절반에 불과한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대기업의 일자리 창출력이 많이 부족하다. 전체 취업자 중 한국 대기업(사업체 250인 이상 기업, 국제기준)의 취업자 비중은 27.2%에 불과하다. OECD 평균 43.1%보다 15.9%포인트나 낮다.

2018~2019년 전자·화학을 중심으로 제조업 경기가 좋았지만, 제조업 25~29세 종사자 수는 2018년 이래 5만명이나 줄었다. IT 서비스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지만, 제조업 감소분을 만회하지 못한다. 일부 IT 서비스 기업은 쓸 만한 사람이 부족해 신사업을 벌이기 힘들다고 말한다. 인구 문제도 청년 일자리 상황을 악화시켰다. 이번 정부 출범 이후 15~29세 청년 인구는 45만명 줄었지만 25~29세 입직기 청년은 33만명이나 늘었다.

정부는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를 청년내일채움공제(중소기업 재직 청년의 목돈 마련 지원)를 통해 좁히고, 기업주에게는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 중소기업의 청년채용을 장려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추경을 통해 청년의 일 경험 기회도 파격적으로 늘렸다. 최근에는 한국판 뉴딜의 일환으로 향후 5년간 디지털 신기술 분야의 핵심 실무인재 18만명을 양성하려 한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져 중소기업 일자리를 괜찮은 일자리로 바꾸지 못한다면, 청년 일자리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대기업이 자발적 상생을 통해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임금 상승을 지원하면 좋겠다. 대기업의 채용 관행이 경력자 채용 위주로 바뀐 것도, 한정된 경력자를 놓고 대기업 간 임금 상승만 야기할 공산이 크다. 신규 채용을 대폭 늘려, 필요한 직무훈련을 직접 실시하는 게 중기적으로는 오히려 경제적일 수 있다.

정부가 생각하는 신기술 실무인재 18만명 양성도, 민간 선도기업이 훈련 과정 설계부터 교사 제공에 이르기까지 함께 노력해야만 청년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다. 정부와 민간기업이 절실하게 힘과 머리를 모아야 한다.

김용기 |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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