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조국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판사들이 형사소송의 원칙을 잊고 재판한다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먼저, 재판 중인 피고인은 검사와 대등하다는 원칙이다. 검사가 같은 사건으로 영장을 청구하여 당사자인 피고인을 구속할 수 없다. 기소된 사건과 다른 사건으로 피고인을 구속할 수 있는가? 형사소송법은 ‘1개의 목적을 위하여 동시 또는 수단·결과의 관계에서 행하여진 행위는 동일한 범죄사실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 구속에서 수단과 목적 관계에 있는 범죄(가령 주거침입과 절도, 감금과 강간)는 동일한 범죄로 본다는 것이다. 별건 여부를 유추할 수 있는 규정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운데)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와 차로 향하고 있다. 정 교수 구속 여부는 2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결정된다. 연합뉴스

정 교수의 혐의 중 재판 중인 사문서 위조와 위조사문서 행사,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증거인멸은 모두 수단과 결과·목적 관계에 있으므로 같은 범죄로 볼 수 있다. 별건은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업무상 횡령, 허위신고·미공개정보 이용 등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영장청구로 피의자가 아닌 재판 중인 피고인에 대한 별건구속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당사자 대등주의에 비추어 중대한 별건 범죄 등 훨씬 제한되어야 한다.

다음, 무죄추정에서 나오는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이다. 구속의 목적은 증거 확보 및 수사와 재판 절차를 진행하기 위함이다. 반면에 사회활동 등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 형사사법의 효율과 신체 자유 사이에 균형, 즉 비례성이 필요하므로 ① 비례성의 원칙도 실질적인 구속의 요건이다.

구속요건은 ② ‘현저한 범죄혐의’, 기소할 때 요구되는 ‘충분한 혐의’보다 높은 유죄를 받을 ‘고도의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 ③ 도망이나 도망의 염려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한다(형소법 70조). 이미 한 증거인멸은 증거가 확보되어 처벌 여부만 문제되므로 도망과 달리 구속요건이 아니다. 구속이 수사의 편의나 자백, 특히 공범 범죄에 대한 자백 강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없다. 

② 중 허위작성공문서 행사죄는 한인섭 서울대 교수 등 당시 인권법센터의 권한이 있는 자가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하지 않았다면 행사도 처벌될 수 없다. 나머지 범죄혐의는 공범인데,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와 같이 약점이 많고, 구속되어 있는 자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어 신빙성 여부가 문제될 것이다. 증거은닉과 증거위조죄는 본인이 한 범죄는 처벌할 수 없으나, 교사하면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 판례이지만 통설은 교사도 처벌을 부정할 정도로 비난 가능성이 약하다. 따라서 다른 요건을 논하기 전 ‘현저한 범죄혐의’가 있는지 의문이다.

③ 중 문제는 증거인멸의 염려이다. 이 사건과 같이 장기간 압수 등으로 증거가 충분히 확보된 경우에는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 공범에게 허위진술을 부탁하려고 한다면 이에 해당되지만 정 교수가 구속된 5촌 조카 조씨에게 허위진술을 부탁할 수 없을 것이다. 딸에 대한 소액의 보조금법 위반은 검찰의 먼지털기와 ① 비례성을 맞추기 위한 초조함을 보여줄 뿐이다.

수사기법의 하나가 공범을 구속해 회유 등으로 다른 공범의 가담 진술을 얻는 것이다. 판사가 지금까지 교과서를 잊어 관행으로 허용되었으나 이제는 용기가 필요하다. 판사가 정치적 논란을 무릅쓰고 원칙의 수호자가 될 수 있을까.

<정한중 |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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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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