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의학의 권위자인 이국종 아주대 교수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형사사건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어 함세웅 신부·몽양 여운형 선생 기념사업회 이부영 이사장, 이외수 시인 등 1184명이 1차 발기인으로 참여해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대책위는 곧 2차 발기인을 발표하고 다음달 중순까지 각계의 탄원을 대법원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에 대한 공소사실의 죄명은 2가지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성남시장 재직 시 친형 강제입원을 위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경기도지사 후보자 합동방송토론회에서 친형에 대한 강제입원과 관련된 사실에 대해 부인하는 발언을 하는 등 3가지의 허위사실공표 혐의)이다. 이 지사는 1심에서 전부 무죄를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가 일부 유죄로 인정돼 지사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 근거로 1심 판결에서 언급된 대법원 판례의 일부를 삭제했을 뿐 동일한 판례를 내세웠다.

항소심에서 인용하지 않은 부분의 주요 내용은 “합리적으로 보아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른 후보자의 견해나 발언의 의미를 해석하고 이에 대하여 비판하거나 질의하는 행위는, 후보자의 주장이나 질의에 대하여 다른 후보자가 즉시 반론이나 답변을 통하여 자신의 입장을 밝힐 기회가 주어지는 합동토론회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행하는 허위사실 적시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도2879판결)는 것이다.

항소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부분 역시 경기도지사 선거 합동토론회에서 있었던 발언이었고, 강제입원 절차에 관한 부분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선 항소심도 무죄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대법원의 법리가 유독 이 지사에 대해서만 적용되지 않아야 하고, 무죄인 강제입원 절차의 진행에 대해 답변을 한 것이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한다는 논리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또 합동토론회 전체 발언과 답변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한 발언을 이유로 지지율이 30% 이상 차이가 나던 상황인데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것은 과연 합리적인 판단에 따른 것인가. 

이러한 판결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엔 판사의 정치적 신념 내지 보수적 성향이 이유가 될 수 있다. 국민이 판사에게 다른 사람들의 잘잘못을 판결할 권한을 준 것은 법관이라는 직업적 양심을 믿기 때문이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직업적 양심으로 포장할 권한을 준 것은 아니다. 시험공부로 얻은 권력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국민에게 선출된 권력을 심판하는 이러한 태도는 주권자의 선택을 왜곡하는 위험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성을 제거하는 방향만이 우리 사법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믿는다.

<이종일 | 법무법인 공명 대표변호사>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