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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기고]한국 인권의 현주소

경향 신문 2012. 10. 23. 21:00

장영석 | 변호사


2008년 5월7일,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막 시작되고 있을 무렵,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19개 유엔 회원국이 한국에 대하여 33개의 인권관련 권고를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4년이 훌쩍 지난 2012년 10월25일 다시 한국의 인권상황이 다른 유엔 회원국들의 검토를 받을 예정이다. 바로 유엔 회원국인 193개 국가들이 정기적으로 서로의 인권상황을 살펴보고 권고를 내릴 수 있는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이하 UPR)이다. 


2008년 1차 한국 심의에서는 이주노동자, 여성, 난민, 아동에 대한 권고들과 함께 주민등록제도를 재검토하고 주민등록번호가 공적인 영역에만 사용되도록 노력하라는 권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라는 권고,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도 금지하는 내용이 차별금지법안에 포함되도록 하라는 권고, 사형제 폐지, 국가보안법 폐지 혹은 개정에 대한 권고 등이 나왔다.


 2012년 8월부터 시행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조항에 따라 온라인 쇼핑몰들이 주민등록번호 수집·이용이 제한되는 변화가 있었다. 이는 정부가 UPR의 권고를 부분적으로 수용한 후 법률을 개정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주민등록제도에 대한 재검토는 여전히 하지 않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UPR를 비롯한 여러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도 않고, 이행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에 지속적으로 권고의 홍보, 이행을 위한 노력, 이행을 위한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요구하지만, 정부는 UPR 절차에 제출할 ‘정부 보고서’를 작성하기 직전과 직후에 간담회를 가지는 정도가 고작이다. 다행히 법무부는 이번 정기검토 심의 직후에 권고를 받아들일지 결정하기 전과 수용 여부를 결정한 이후의 이행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다양한 협의를 하겠다는 취지를 직·간접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약속을 막연하게 믿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이를 감시하는 것은 깨어있는 국민의 몫이다.



정부가 UPR를 통해서 받은 권고의 의미와 이행방안을 고민하고, 권고를 이행할 수 있도록 감시하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UPR 절차에서 정부가 어떤 권고를 받는지, 받은 권고를 받아들이는지, 받아들이지 않는 권고는 어떤 이유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인지, 받아들인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를 잘 알아야 하고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법무부 인권국 홈페이지(http://www.hr.go.kr)에서 UPR를 포함한 인권 메커니즘을 통한 각종 권고를 국민에게 항상 알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는 권고를 수용할지 여부를 떠나서 받은 권고의 의미에 대해서도 홍보를 해야 한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국민들은 이와 별도로 ‘다른 여러 인권조약 위원회들이 한국에 대하여 어떤 권고를 내리는지’, 정부는 그러한 권고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보이며, 어떤 방법으로 이행하려고 하는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인권이 먼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가족, 직장, 이웃 간의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모든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필자는 25일에 열리는 UPR 한국 2차 심의에 참여하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에 머물고 있다. UPR 심의는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므로 관심만 있으면 국내에서도 볼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어떤 권고를 받게 되고 뭐라고 발언하는지, 이번 심의로부터 다음 심의까지 정부는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지켜보길 바란다. 한국 인권의 현주소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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