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6일 환경부는 12개 개선 과제에 대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댐·보·저수지 운영기준 마련, 4대강 생태공원 전면 재평가, 수질·생태계 중장기 모니터링 구축, 오염된 지류에 대한 수질관리대책 등이다.

환경부는 국무총리실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이하 평가위)가 제시한 개선 과제를 존중하여 종합적인 계획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환경부가 사전에 평가위에 가이드라인을 주었다고 의심해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환경부는 4대강 사업을 진행할 때부터 지금까지 국토부 2중대 노릇을 했다는 뜻이다.

환경부는 2014년 4월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수질악화 또는 녹조발생 시 상류 댐·보의 물을 방류하도록 하는 수질·녹조 대비 댐·보·저수지 운영기준을 제정하고, 수질관리 및 녹조대응 대책을 발표했다. 또 갈수기 수질관리 비상협의체를 구성, 270억원의 예산으로 녹조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연구(2014~17)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2013년 9월 구성된 국무총리실 평가위가 4대강 문제를 검토할 무렵에 환경부가 이 자료를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평가위의 개선과제 대부분이 환경부 보도자료를 담았다면, 국무총리실 평가위에 환경부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충분히 의심할 만하다.

지난 해 10월에 강원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191개국 장관급 대표단이 참가한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고위급회의를 하던 중에 참가자들과 손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환경부가 지난 2월26일에 발표한 12개 개선 과제 대부분은 이미 진행하고 있거나 완료했어야 할 내용이다. 그렇지 않다면, 4대강 사업이 2012년 말에 종료된 후 지난 2년간 환경부는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4대강 사업과정에서 국토부에 짓눌린 환경부의 한심한 모습이 겹쳐 보인다.

지난 2월26일 환경부가 발표한 내용 중 심각하게 잘못된 점만 몇 가지 짚어보자.

첫째, ‘댐·보·저수지 운영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를 5억7000만원의 예산으로 수행할 계획인데, 예산낭비 요소가 있다.

국토부·환경부·농림수산식품부는 이미 지난해 보도자료(2014·3·31)를 통해 수질·녹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수질·녹조 대비 댐·보·저수지 운영기준’을 마련해 2014년 4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완성되어 있는 운영기준을 다시 만들겠다는 것은 운영기준이 잘못되어 수정하거나 아니면 같은 개선안을 두 번 내놓아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둘째, 4대강 사업으로 조성한 생태공원·하천에 대한 생태계 재평가를 위해 환경부 산하에 ‘생태기술지원센터(본부장급)’를 설치하고 전문 인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무슨 문제만 생기면 조직을 만들고 공무원 수를 늘리는 것이 전형적인 관료사회의 행태다. 그동안 환경부가 조직과 인력이 없어 일을 못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 의식이 부족하거나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더 많다.

셋째, 국무총리실 평가위 뒤에 숨어서 눈치만 보던 환경부가 평가위가 제시한 개선 과제라는 이름으로 추가로 각종 연구·조사 사업을 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환경부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고 또한 사후환경영향평가에서 살펴보고 있는 분야다. 자신들이 현재 하고 있는 업무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국민 혈세로 신규 사업을 하겠다는 꼴이다.

지금 환경부의 고위공직자들은 대부분 과거에 4대강 사업을 적극 옹호한 사람들이다.

“4대강 사업은 수자원 확보 문제, 재난 대응, 수질 개선, 수생태 회복 등 복합적 사업”이라며 국토부의 논리에 적극 찬동했고, “사람도 중병에 걸리면 수술을 해야 한다. 우리의 강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수술 과정만 보고 생명을 죽이는 것이라 주장한다면 어찌 중병에 걸린 사람을 살릴 수 있겠는가“라며 4대강 사업을 아예 대놓고 찬양하던 사람들이다.

국토부 역시 4대강 사업의 주역들이 진급하고, 더 힘 있는 자리로 영전하여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4대강의 진실은 물 속에 잠겨있을 수밖에 없다.


박창근 | 가톨릭관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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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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