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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일간지가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방문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UAE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꼼수 조치였다는 추측성 보도를 한 뒤, 이를 정치권 일각에서 정부 비판으로 확대재생산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정작 UAE 원전사업의 향방은 대통령비서실장이 짧은 며칠간의 일정 동안 UAE에서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UAE의 원자력안전규제기관(FANR)의 결정에 달려 있다는 사실은 빠진 채 엉뚱한 문제로 핵심적인 이슈가 묻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초 한전과 UAE 당국의 계획에 따르면 바라카 원전 1호기는 지난해 말 운전허가를 받았어야 했다. 그러나 바라카 원전 예비 운전원들의 실습훈련 대상인 참조 원전 신고리 3호기의 준공이 당초 예정됐던 2013년에서 케이블 시험성적서 조작 스캔들로 3년 후인 2016년 말로 지연되면서 운전원들의 숙련도 미비가 심각한 문제로 불거졌다.

이에 UAE 원자력안전규제기관은 지난 5월 바라카 1·2호기의 운전허가를 한 차례 불허한 바 있다. 국내 원자력계는 언론을 통해 올해 12월이면 운전허가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국제원자력계 전문지들에 따르면 이미 내년으로 미뤄진 상황이다. 지난 10월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18일간 바라카 현장을 방문해 예비 운전원들의 숙련도를 점검했다.

IAEA는 자체 평가결과를 연말까지 UAE 안전규제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IAEA가 이미 2015년에 바라카 원전 예비 운전원들의 사고 대응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어, 불과 2년 만에 바라카 원전 운전허가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의견을 바꿀지 의문이다.

이처럼 신고리 3·4호기의 비리 스캔들과 그에 따른 바라카 원전 운전원들의 훈련 부족 문제가 국제사회와 UAE 안전규제기관에서 심각한 안전문제로 부각된 상황이다.

UAE 당국으로서는 일사천리로 운전허가를 내주었다가 훈련이 부족한 운전원들이 혹여라도 인적 실수로 사건·사고를 일으킬 경우 규제기관으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어서 운전허가를 쉽게 내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미 수개월 전 국내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바라카 원전 준공 지연으로 하루 60만달러씩 지체보상금을 지불해야 하고, 2만명이 넘는 건설인력 중 상당수가 철수하지 못하고 현지에서 1년을 더 체류하게 되면 당연히 인건비, 관리비 등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한전과 한수원은 민간이 아닌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향후 발생하게 될 비용은 결국 국민의 몫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트집잡는 일부 언론과 정치권의 태도는 생뚱맞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을 오도하는 행위이다.

이 시점에서 정작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왜 이런 사태까지 왔는지 차분히 돌아보며 향후 국내 원전 안전규제체계의 근본적 개선방안 등에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닐까? 사실 신고리 3·4호기 제어케이블의 시험성적서 조작 스캔들은 과거 국내 관행을 돌아볼 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만 없었다면 외부에 공개되지도 않은 채 묻혔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조작행위가 은폐되지 않고 밝혀진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국내 원자력계가 이 사건 이후 충분히 개선되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수출 드라이브’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부각시키는 언론의 보도행태는 그만큼 국내 원자력계 안전 개선에 대한 경각심을 감쇄시키는 치명적인 독이 된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국내에는 여전히 24기의 원전이 남아있고 향후 4기가 더 추가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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