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무리의 중심에 있는 사람을 요즘 유행하는 말로 ‘인싸(인사이더)’라고 한다. 언론의 조명을 받고, 팬들을 몰고 다니며, 거액 연봉을 받는 스포츠 스타도 ‘인싸’라면 ‘인싸’일 것이다. 그러나 ‘인싸’가 주류와 동의어는 아니다. 주류에 진입하려면 인기 외에 다른 조건들도 충족돼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피부색이다. 콜린 캐퍼닉 사건은 검은 피부의 ‘인싸’가 주류의 심기를 건드릴 경우 삶이 고달파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미국프로풋볼(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이었던 캐퍼닉은 2016년 경찰이 유색인종을 폭력 진압하자 이에 항의하는 의미로 경기 전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었다. 국가 연주 시 기립 자세를 규범으로 여기는 미국에서 캐퍼닉의 행동은 스포츠계 안팎에 찬반 논쟁을 일으켰다. 지지자도 많았지만 비판도 들끓었다. 전·현직 군인들은 ‘군에 대한 모욕’이라고 반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캐퍼닉에겐 애국심이 없다고 욕설을 섞어 비난한 게 결정타였다. 캐퍼닉은 2017년 초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했지만 NFL 32개 구단 중 어느 팀도 캐퍼닉과 계약하지 않았다.

캐퍼닉의 이름이 최근 미국 언론에 다시 등장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NFL 슈퍼볼이 하필이면 흑인 민권운동의 요람 애틀랜타에서 개최된 것이 계기였다. 캐퍼닉 사건의 찜찜한 기억을 털어내지 못한 NFL은 작정하고 인종 문제를 슈퍼볼 전면에 내세웠다. 캐퍼닉 퇴출에 성난 팬들을 달래면서, 캐퍼닉을 싫어하는 팬들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동시에, 캐퍼닉 사건으로 NFL에 입혀진 부정적 이미지를 벗을 수 있는 행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NFL은 경기 개시를 알리는 ‘동전 던지기’를 마틴 루서 킹 주니어의 딸 버니스 킹에게 맡겼다. 민권운동의 거목 앤드루 영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존 루이스 민주당 하원의원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중계 주관방송사 CBS는 NFL 커미셔너 로저 구델이 민권운동의 거점이던 에버니저 침례교회를 방문한 영상을 내보냈다.

국가는 애틀랜타 출신의 흑인 가수 글래디스 나이트가 불렀다. 2016년 나이트는 캐퍼닉의 행동을 비난하던 쪽이었다. 나이트가 국가를 부를 때 경기장 상공에선 미 공군 선더버드의 축하 비행이 있었다. 경기 개시 후 타임아웃 때는 경기를 관전하던 명예훈장 수훈 예비역들이 전광판을 통해 소개됐다. 인종 문제와 애국 코드를 기이하게 뒤섞은 행사였다. NFL은 ‘흑인은 존중하지만 비애국자를 퇴출한 건 정당했다’고 항변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 행사로 NFL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까. 적어도 캐퍼닉 지지자들에겐 감동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인권변호사 캣 캘빈은 트위터에 “왜 버니스 킹과 존 루이스, 앤드루 영이 NFL을 엄호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선수들도 감흥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일부 선수들은 슈퍼볼 우승이 결정되기 무섭게 “백악관의 우승 축하 행사엔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인종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시즌 우승팀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일부 선수들도 백악관 방문을 거부했고 자존심 상한 트럼프 대통령이 알아서 행사를 취소했다.

‘인싸’가 반드시 주류는 아닌 것처럼 주류가 ‘인싸’라는 법도 없다. 부동산 재벌 출신의 백인 대통령 트럼프는 주류 인생을 살았지만 비주류들에게 막말을 일삼고 국제사회의 합의를 휴지조각 취급하다 국내외에서 외면당하는 ‘아싸(아웃사이더)’의 길을 가고 있다. 눈 밝은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는 한, 아무리 주류라 해도 기득권을 믿고 함부로 망언한다면 인생이 고달파지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5·18민주화운동을 모독한 국회위원들 앞에 놓여 있는 미래도 꽃잎 흩날리는 ‘인싸’의 길은 아닐 공산이 크다.

<최희진 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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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