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영 전국부 기자 moooni@kyunghyang.com

 

지방자치단체의 ‘호화청사’가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공사비 1000억원을 훌쩍 넘는 호화청사 건립은 지난 민선 4기 때 일종의 유행처럼 번졌다. 3200억원의 공사비가 소요된 성남시를 비롯해 용인시, 서울 용산구 등의 호화청사가 도마에 올랐고 100층짜리 청사를 세우겠다던 안양시도 질타를 받았다.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길에 가림막이 얼추 철거된 서울시 신청사를 바라보니 문득 호화청사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신청사 공사비가 3000억원 가까이 되니 액수만으로 따지면 분명 호화청사다.

에너지 낭비의 주범으로 꼽히는 유리 7000여장이 건물 전체를 덮고 있는 것도 마뜩지 않아 보였다. 유독 추웠던 지난 겨울 유리 건물 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구청 직원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직원은 “건물 방향에 따라 어느 부서 직원들은 담요를 덮고 일하지만 반대쪽에 위치한 부서에선 너무 더워 반팔을 입더라”고 토로했다.

 

모습 드러내는 서울시청 ㅣ 출처:경향DB

신청사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건물 위쪽이 물결처럼 굽은 특이한 모양을 놓고 설계자인 건축가 유걸 아이아크 대표는 한옥 처마의 모양을 살려 곡선미를 강조했다고 설명했지만 인터넷 공간에선 거대한 ‘쓰나미’가 떠오른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유리 질감의 화려한 신청사와 회색빛 콘크리트의 본관 건물이 부조화스럽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옛 건물과의 조화가 애매하고 뒤로 올라가는 새 건물이 휘어져 있어 앞 건물을 덮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울시 신청사 건립 과정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설계안은 덕수궁 경관보호 등을 이유로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치며 5번이나 바뀌었고, 2009년 신청사 터에서 조선시대 무기 등 유적이 발견되자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건물이 다 올라간 마당에 이제 와서 디자인의 정체성, 구청사와의 조화, 역사성 보존 등을 재점화하기에는 뒤늦은 감이 있다. 예술 작품인 건축물이 후대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도 현재로선 예단하지 못한다. 파리의 상징으로 세계인의 부러움을 받는 에펠탑도 건축 당시엔 우아한 파리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철골 덩어리로 비난받지 않았던가.

오세훈 전 시장이 선언했듯이 신청사가 ‘100년 후를 내다본 서울의 상징’이 될지는 향후 노력에 달려있다. 다행히 신청사를 맞이하는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를 시민품에 돌려주겠다며 당초 계획보다 시민공간을 대폭 늘렸다. 지하 1~2층에 ‘서울시민청’을 만들어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참여공간을 마련하고 본관 전체는 도서관으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해외처럼 시청 투어프로그램을 개발해 시민·관광객들에게 시청을 소개한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먼 훗날 시민들이 두 팔 벌려 옛 모습까지 감싸안는 ‘포용’의 관점에서 신청사를 평가할 수 있도록 마무리를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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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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