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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녹색세상

기후변화와 새 기업평가

경향 신문 2020. 11. 27. 10:18

“나는 퍽이 있는 곳에 가지 않고, 퍽이 갈 곳으로 간다(I skate to where puck is going to be, not where it has been).”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로 현역 시절 1400여 게임에서 800골 이상을 기록하여 살아 있는 전설로 추앙받는 웨인 그레츠키의 명언이다.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에서 인용하여 세계인의 가슴에 각인된 말이기도 하다.

연말이면 신년계획으로 분주하기 마련인데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한번도 가보지 않은 캄캄한 밤길을 더듬더듬 기어온 처지라 너나없이 새해 전망이 녹록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최근 시장에서 ESG의 바람이 불고 있어 기대하게 된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통상 재무적 성과로만 기업을 판단하던 전통적 방식과 달리,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3가지 비재무적 요소를 기업평가에 반영하는 새로운 기준이다. 기후재난이 더 심해지고 빨라지고 다양해지면서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이 ESG 평가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스웨덴, 독일,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다. 유엔은 2006년 출범한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을 통해 ESG 기준의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은 성명을 통해 기후변화 리스크를 정확한 가격으로 책정해 대차대조표상에 반영토록 하고 이를 ‘심층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목표라기보다 금융권의 회복력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현실적 장치이다. 그러면 어떠랴. 금융계가 기후문제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 주는 의미는 크다. 돈을 버는 사람들은 돈이 가는 길목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초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금융시장 안정을 해치는 위험요인이라고 분석했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미처 못한 말을 이제야 처음으로 털어놓은 것 같다.

깜짝 놀랄 만한 더위, 눈도 안 내리고 텁텁한 겨울, 미세먼지 폭격, 처치 곤란한 쓰레기 대란으로 전 국민이 기후환경문제에 눈을 뜨게 되었다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구가 한몸이란 걸 세계시민이 체득하게 되었다. 원인은 모두 같은 뿌리, 지구자원을 훼손하고 경계를 넘은 결과다. 환경운동가들이 수십년간 경고해온 암울한 미래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지만, 그래 당신 말이 옳았어, 앞으로 그대들 말 잘 들을게, 이런 공치사를 못 들어 아쉽긴 하지만 기후환경문제가 거대 투자자들의 투자원칙을 바꿀 정도로 부상하고 있어 다행이다.

이제 기후환경문제는 지구 차원에서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손을 맞잡고 걸어가야 할 공통의 과제가 되었다. 이런 취지에 맞게 환경재단에서도 아직 기준이 모호한 ESG 원칙을 명확히 하고, 바른 E가 시장과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게 해준다는 점을 실증하고자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인공지능 경영분석 스타트업과 함께 우리나라 최초로 ESG 경영상을 제정하였다. 오는 12월3일 시상할 예정이다. 오래전부터 지속 가능성의 길목을 지켜온 경영리더들께 경의를 표한다. 그린리더가 세상을 바꾼다.

이미경 환경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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