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막연한 위험이 아니라 임박한, 아니 현재 진행 중인, 실질적 위험의 시대다. 때 이른 6월 폭염으로 유럽이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우리도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가장 뜨거운 여름을 경험했다. 매년 최고기온을 갈아치우고 있어 올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얼마 전 영국에선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이란 단체의 비준법 저항운동이 연이어 벌어졌다. 멸종저항은 현재의 기후위기를 우리 인간과 다른 생물종의 “멸종”이 임박한 “비상사태”로 선포하면서 지난해 8월 출범한 단체다. 올 4월 멸종저항운동가 수천명이 런던 시내 주요 시설에서 점거 시위와 의도적인 교란을 펼쳤고 두 주간 1000명 이상이 체포되었다. 영국 역사상 최대 시민불복종 운동을 통해 정치권의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고 영국 의회는 5월1일 기후위기를 인정하면서 ‘기후변화 국가비상사태’ 선포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8월부터 스웨덴의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적극적인 기후 대응을 촉구하면서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란 이름으로 매주 금요일 등교거부에 나섰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5월24일 ‘기후파업’이란 이름의 등교거부 행사가 있었다. 막연한 우려를 넘어 긴급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하는 시민사회 요구가 세계 곳곳에서 드세지고 있다.

이런 시민사회의 움직임과 함께 최근 여러 국가들에서는 눈에 띄는 정책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 대응 선도국들은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아니라 반드시 줄여야 할 규범적인 목표를 먼저 정하고 목표 달성 방안을 적극 모색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줄이면서 에너지 효율 개선과 수요관리 강화로 소비를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가 되었다.

영국은 G7 국가들 중 최초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영(0)으로 줄이기로 공식 선언했다. 영국에선 이미 2015년에 재생에너지발전이 석탄발전을 처음으로 추월하더니, 올해 5월 들어서는 1882년 세계 최초로 석탄발전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2주 동안 석탄발전소를 가동하지 않는 신기록을 세웠다. 독일은 2022년 원전 제로, 2038년 석탄발전 제로, 2050년 재생가능에너지 80%,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 80~95% 감축을 내걸었다. 독일에선 지난해 처음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 발전량을 넘어섰고 재생에너지 발전전력이 40% 이상을 차지한 적도 있었다. 최근 일본도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파리협정을 탈퇴했지만 캘리포니아주가 2045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목표로 하는 등 주 차원의 대응이 늘고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그린뉴딜정책을 내놓았다. 미국에서는 올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 발전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는 기업에 탄소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수송부문에선 여러 국가와 도시에서 빠르게는 2024년부터 내연기관차 퇴출과 100% 전기차를 선언했다.

거대한 전환(Great Transformation)은 이미 시작되었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는 만큼 세계적 대응은 날로 강화될 조짐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엔 몇몇 언론의 가짜뉴스 유포나 부처이기주의적 규제 강화, 안일한 행정 편의주의, 환경보전과 재생가능에너지 설치를 둘러싼 녹녹갈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애물로 에너지전환이 더디기만 하다. 기후변화 자체도 문제지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적 정책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기후변화 이전에 경제가 교란되면서 우리 삶에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는 이제 경제문제이자 생존문제가 되었다. 폭염의 시대, 에너지전환의 긴급성을 더 뜨겁게 느낀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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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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