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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요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JTBC <싱어게인> 우승자 이승윤일 터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낯설고 독특한 ‘30호’(참가자들은 일정 단계까지 번호로 호명됐다) 앞에서 심사위원들은 혼돈에 빠졌다. 천하의 유희열도 “잘 모르겠다”며 당혹을 감추지 못했다. 외려 대중은 파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이승윤은 2월 2주차 TV화제성 지수(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비드라마 출연자 부문 1위에 올랐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주요 등장인물은 ‘직업이 서울시장 후보’인 정치인들이다. 같은 직업에 오래 종사하는 것 자체는 나무랄 일이 아니다. 다만 학습과 진화가 없다면 문제다. “푸근한 엄마 리더십”을 강조하는 전직 장관, “박원순 전 시장이 롤모델”이라는 현역 의원, 신혼부부에게 최대 1억1700만원을 주겠다는 전직 의원, 10년 전 사퇴해놓곤 ‘못했던 일을 마무리하라’는 운명을 느낀다는 전직 시장, “소수자 차별에 반대한다”면서 “퀴어축제 장소는 도시 밖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는 전 대선후보….

단조롭다 못해 시대착오적인 서울시장 선거 신(scene)에 그나마 색채를 부여하는 이가 있다. 소수정당 ‘시대전환’의 조정훈 의원이다. 조 의원의 당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레이스 완주 여부도 확신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신 스틸러’로 주목받는 건 차별화된 언어와 문법 때문이다.

조 의원은 서울시장 보선을 “본질적으로 부끄러운 선거”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부끄러운 선거를 의미 있게 만들려면 사회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정책과 담론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세계일보). 1호 공약으로 ‘혼삶러(1인 가구)를 위한 서울’을 내걸었다. 2호 공약은 동물보험 등 반려동물 관련 공약, 3호는 ‘주 4일 근무제’다. 그의 정책과 담론은 파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주 4.5일제’를 제안했다.

‘마이너’ 후보이니 파격 공약으로 눈길 끌려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겠다. 그러나 ‘메이저’ 후보들의 장기인 표 계산 측면에서 봐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서울시민의 33.9%가 1인 가구다. 2018년과 2019년을 비교하면 서울 인구는 3만4395명 줄어든 반면 1인 가구는 7만366가구 늘어났다. 2013년 서울 가구의 16.8%가 약 75만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웠는데, 2019년에는 서울 가구의 20%가 약 100만마리를 키우는 걸로 조사됐다. 주권자의 인구 구성과 생활양식은 계속 변화하는데, 기존 정치인들은 외면해왔다. 새로운 요구를 파악하고 해법을 내는 대신, 수십년간 해온 대로 시장에 가 어묵을 먹었다.

이승윤의 인기가 폭발한 계기는 이무진과의 맞대결이었다. 두 사람은 각각 다른 참가자와 대결하면 수월하게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상황이었다. 경연 전 이승윤은 이야기했다. “우리 둘을 분명히 붙일 것이다. 너무 속상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되는가? 심사위원들을 패배자로 만들자.” 그는 간택받기 위해 영합하지 않았다. ‘치티 치티 뱅뱅’을 완전히 새롭게 편곡해 노래했다. 우승 후 이승윤은 “매 무대에 목적성이 필요했다”고 말했다(중앙일보).

‘직업이 서울시장 후보’인 이들에게 묻고 싶다. 이번 보선 무대에 선 목적은 무엇인가. 당선이라고? 선거에 나섰으면 당선이 목표일 수 있다. 목표란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지향하는 실제적 대상’(표준국어대사전)이다. 그렇다면 당선이란 목표를 거쳐 이루려는 목적은 뭔가. 아파트를 많이 짓는 건가.

코로나19로 삶이 위협받고, 불안정·비정형 노동으로 일이 위협받고, 기후변화로 미래가 위협받고 있다. 전환기에는 전환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어묵 먹방’으로 가능할까? ‘야권 공동정부론’ 같은 선거공학으로 가능할까? 선거가 민주주의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대의민주주의는 구체적 모습을 드러낸다. 주권자는 선거 과정에서 가치와 열망을 표출한다. 그 가치와 열망을 시대정신으로 집약하고 미래비전으로 형상화하는 일이 후보의 몫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청년활동가들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대응을 위한 네트워크’를 제안했다. “주요 후보들은 와닿지 않는 공약을 내세웁니다. 철도와 도로를 지하화하겠다부터, 재개발을 위해 규제를 풀겠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바이러스가 파괴한 일상의 회복과 취약계층의 삶은 보이지 않습니다. 영웅 같은 시장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함께 질문을 던지고, 대화하고, 재난 같은 현실을 헤쳐나갈 정치가 필요합니다.”

김민아 토요판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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