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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전. 한국갤럽이 4월 첫주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32%였다. 취임 후 최저치다. 핵심 지지층인 40대를 포함해 모든 연령대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섰다. 진보층의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11%포인트 떨어졌다(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3시간쯤 후.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했다. 문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 어려운 상황에 정부 당국이나 청와대 정책실장, 비서실장 등이 경제계 인사들을 만나 고충을 들어주고, 해결하고, 기업 활동을 뒷받침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밝혔다. “기업인들이 규제혁신 등의 과제들을 모아서 제안해 오면 협의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달라”고도 했다.

지지율이 최저를 기록하고, 40대마저 고개를 돌리고, 진보층의 실망이 크다는데 기업과의 소통을 홍보하다니.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말이 언어적 수사가 아니라 진심이었나. 혹여, 지지율 회복의 희망을 재계에서 찾으려는 건가.

주권자는 이슈 자체보다 이슈를 다루는 태도에 민감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는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소재다. 하지만 집권세력이 과오를 신속히 인정하고 솔직히 책임지는 자세를 보였다면 분노가 이토록 번지진 않았을 것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걸로 알고 취득했는데, 갑자기 지정된 것 아닌가 생각된다”(MBC 보도)고 LH 직원들을 두둔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LH 직원 비리에 대해선 정권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그 뿌리는 문재인 정부를 넘어서는 것 아닌가”(한겨레 인터뷰)라고 했다.

검찰개혁도 다르지 않다. 검찰권력을 축소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 않는 시민은 거의 없다. 이슈를 다루는 태도가 문제였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스토킹’에 가까운 ‘윤석열 찍어내기’는 검찰개혁 의미를 희석시켰다. 평생 검찰청은커녕 경찰서 한 번 갈 일 없는 시민들은 이슈 자체에 진력이 났다.

노 전 비서실장은 “대통령 지지율은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임기가 13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청와대의 구심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지지율이란 이슈를 다룰 때도 태도가 중요하다. 민심의 저류(底流)를 읽고 선입견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주권자를 훈계하려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부동산 부패청산’이라고 적힌 마스크도 쓰지 않길 바란다. 현안이 생길 때마다 새로운 글귀를 새길 수는 없다.

5일자 한국경제에 대한건설협회 회장의 기고문이 실렸다. “건설업계가 중대재해처벌법 보완책 마련을 촉구하는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며 처벌 대상인 책임자 범위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제외하고, 하한형(1년 이상 징역)의 형벌을 상한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미 누더기가 됐다. 5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에서 제외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3년간 적용을 미루고, 책임자 범위에 ‘안전보건 업무 담당자’를 추가해 오너가 책임을 면할 길을 열어줬다. 건설업계 주장은 이런 법마저 형해화시키자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들의 ‘고충도 들어주고, 해결해줄’ 건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입법을 주도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 예산위원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민주주의에서 진정한 정치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국가가 직면한 문제들(의 가치)을 평가하고, 그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이 직면한 문제 가운데 해결책이 가장 시급한 사안은 무엇일까. ‘이 어려운 상황에’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과로로 쓰러지는 택배노동자, 문 닫기 일보 직전의 자영업자, 구직활동조차 포기한 니트(NEET)족 청년, 극단적 선택에 내몰리는 20대 여성과 성소수자들이 있다. 기업인은 최소한 이들보다 후순위여야 한다. 문 대통령은 4년 전 취임사에서 “재벌개혁에 앞장”서고 “지역과 계층과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며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고 “소외된 국민이 없도록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살피겠다”고 했다.

청와대가 지지율 하락 국면에 ‘기업과의 소통’을 내세운 것이 단순한 판단 오류이길 바란다. 향후 13개월의 방향성을 시사하는 ‘징후적’ 사건은 아니어야 할 것이다.

김민아 토요판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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