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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젊어서 성공한 삶을 꿈꾼다. ‘성공’이 뭐냐 물으면 사람마다 답이 제각각이다. 돈이 많아야, 지위가 높아야, 훌륭한 작품을 남겨야, 자신의 분야에서 큰 명성을 얻어야 성공이라 할 수도 있고,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는지, 또는 가정의 화목이 바로 성공한 삶의 기준이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높은 수익이 성공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고, 직원의 행복을 기준으로 성공을 잴 수도 있고,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가 성공한 기업의 기준일 수도 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현실은 복잡해도 단순하게 줄이고 줄여 뭉뚱그려 바라보는 것이 과학이다. 복잡하면 이해하기 어려우니, 어쩔 수 없이 택하게 되는 과학 방법론이다. 자, 성공을 결정짓는 요인 중, 예를 들어, x축에는 가진 돈을, y축에는 가정의 화목을 놓고, z축 방향으로는 성공의 정도를 표시해보자(즉 성공은 z = f(x, y)의 꼴로 적을 수 있는 함수다). 사람마다 성공의 기준이 다 다르니 x축과 y축에 적힌 양도 제각각이고, 함수의 모양도 모두 다를 것이 분명하다. 또 성공을 거두기 위해 필요한 것이 딱 둘뿐일 리도 없으니 이차원보다 훨씬 더 높은 차원에서 정의되는 함수가 성공이다. 하지만, 수학적 구조는 z=f(x, y)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함수’를 보고 어리둥절한 독자는 네모난 땅 위에 여러 언덕과 골짜기가 있는 구불구불한 지형을 떠올려보면 된다. 지형이 제각각 다른 땅을 각자 가지고 있고, 최대의 성공이란 네모난 테두리로 둘러싸인 지형에서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상상하면 된다. 이런 유형의 문제를 과학에서는 최적화 문제라 한다. 

네모난 테두리 안이라는 제한조건하에서 가장 높은 곳이 어디인지 찾는 문제다. ‘성공’을 예로 들었지만, 이와 같은 최적화 문제는 우리 현실에서 수없이 자주 마주친다. 아침 출근에 걸리는 시간을 집에서 나오는 시간과 교통편을 바꿔가며 최소로 하는 것도 최적화 문제이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어떤 과목에 얼마의 시간을 투입해 벼락치기로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를 고민하는 것도 그렇다. 지갑 사정이라는 제한조건하에서 영화를 볼지, 책을 살지, 커피를 마실지, 나의 만족을 최대로 하는 최적의 조합을 생각하는 것도 최적화 문제이다. 주변의 땅값과 건설의 어려움을 고려해 두 도시를 잇는 고속도로를 어떻게 건설하는 것이 비용을 가장 많이 절약할지 고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값에 비해 품질이 우수한 소위 가성비 높은 상품을 찾아 만족했다면, 지출 비용이라는 제한조건하에서 최대의 만족을 얻는 최적화 문제를 푼 셈이다.

지금 있는 곳에서 출발해 성공의 최댓값에 다다르는, 경계 안의 가장 높은 고지를 찾아가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등산을 가면 산꼭대기가 저 멀리 맨눈에도 보이지만, 인생에서는 직접 가보지 않으면 그곳이 어떤 곳인지 미리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눈을 감고도 고지에 오르는 쉬운 방법이 하나 있다.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각각 딱 한 걸음씩 눈감고 조심스레 디뎌보고는, 지금 서 있는 곳에서 높아지는 방향을 골라 그쪽으로 한 발짝 발걸음을 옮기는 거다. 이를 반복하면 한 걸음 한 걸음 점점 높은 곳을 향해 눈을 감고도 나아갈 수 있다. 지금 있는 곳에서 바로 옆 주변만을 살펴 걸음을 옮긴다는 면에서 이 방법을 국소적 탐색이라 한다. 최근 인공지능 분야에서, 연결망의 가중치를 조금씩 바꾸는 학습의 과정에 정확히 이 방법을 널리 쓴다.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도 아장아장 한 발짝씩 걷는 바로 이 방법으로 바둑을 배웠다.

인생에서 성공의 지형은 무척 복잡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은 산봉우리도, 그보다 낮은 언덕도, 깊은 골짜기도 있다. 국소적 탐색의 방법은 심각한 결점이 있다. 야트막한 언덕 꼭대기에 한번 오르면 그곳에 영원히 머물게 된다는 것이 문제다. 언덕 꼭대기에서는 동서남북 어느 방향이나, 눈감고 살짝 디뎌보면 하나같이 경사가 아래를 향한다. 올라가는 방향이 없으니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꼼짝없이 꼭대기에 붙박혀 있게 된다. 저 멀리 높은 산봉우리로 건너갈 방법을 국소적 탐색으로는 결코 찾을 수 없다. 현재의 작은 성공에 안주해 바로 옆 주변만 살피다가는, 어딘가 있을지도 모를 성공의 높은 산꼭대기에 도달할 수 없다. 

야트막한 언덕에 오래 머물게 되는 국소적 탐색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먼저, 주변 1m 안쪽만 발끝으로 조심스레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통 크게 몇 ㎞ 멀리로 바람에 몸을 맡겨 훌쩍 떠나보는 것도 방법이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더 큰 세상에서 더 높은 성공의 고지를 찾을 수도 있는 방법이지만 큰 위험도 있다. 훌쩍 길을 떠나 다다른 저 먼 곳이 깊은 골짜기라서 오랫동안 헤어나지 못할 수도, 천 길 낭떠러지라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작은 보폭으로 걸어가는 다른 방법도 있다. 한 걸음 디딘 곳이 내리막이라고 포기하지 말고, 그래도 희망을 갖고 계속 꾸준히 나아가는 방법이다. 한동안은 한 걸음씩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지만, 결국 더 내려가려야 갈 수도 없는 최악의 골짜기에 빠진 다음에는 반대쪽 경사면을 따라 더 높은 다른 언덕 꼭대기에 닿을 수도 있다. 안락하고 익숙한 작은 성공에서 벗어나 큰 성공을 거두려면, 위험을 무릅쓸 용기와 함께, 이어지는 실패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멀리 떠나보면 엉뚱한 곳에 잘못 왔다고 후회라도 할 수 있지만, 제자리에 머물면 평생 후회조차 할 수 없다. 안 가본 것을 후회하느니 가보고 나서 후회하자. 조심스러운 탐색으로 작은 언덕에 올랐다면 이제 더 큰 꿈을 꾸자. 저 멀리 있는 커다란 성취의 산봉우리에는 후회해본 사람들만 갈 수 있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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