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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씨앗이 된다는 말처럼 말은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사람은 어떠한 상황이 구체적으로 조성되면 그 상황에 따라 행동하곤 한다. 말이 힘을 발휘하는 이유다. <한비자>에는 이러한 우화가 실려 있다.

하루는 뱀 두 마리가 길 건너편으로 가야 할 일이 생겼다. 그러나 대낮에 길을 건너다보면 사람들의 눈에 띄어 붙잡혀 죽을 게 빤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덩치가 작은 뱀이 꾀를 내었다. 큰 뱀더러 자신을 업고 길을 건너면 사람들이 자신을 신령으로 여겨 함부로 해코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럴듯하다고 여긴 큰 뱀이 작은 뱀을 업고 길을 건넜다. 그러자 정말로 사람들은 신령인가 싶어 손을 대지 못했다.

신령스럽고 영험한 상황이 조성되니 사람들이 그에 따라 행동한 것이다. 이번에는 새를 등에 업은 이가 시장에 나타났다. <윤문자>라는 도가 계열의 고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초나라 사람이 꿩을 등에 업고 있으니 지나가는 이가 무슨 새냐고 물었다. 그 사람이 봉황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물은 이가 봉황이라는 새가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에야 보게 된다며 자신에게 팔라고 했다. 이에 두둑이 받고 꿩을 팔았다. 보통 새는 새장에 넣거나 끈을 매어 끌고 다닌다. 그런데도 등에 업고 있었으니, 그러니까 무언가 귀한 새라고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자, 이에 보기 좋게 속아 넘어간 것이다.

그런데 말은 어떠한 상황을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기도 한다. 더욱 적극적으로 작동되어 무언가를 조작하기도 한다. 중국인들이 자부하는 고전소설인 <홍루몽>에 보면 이러한 말이 나온다. “거짓이 참이 될 때는 참 또한 거짓이 되고, 없음이 있음이 되는 곳에선 있음 또한 없음이 된다.” 거짓말이 참말로 행세할 때, 없음에도 있다는 우김이 득세했을 때 야기되는 조작된 상황에 대한 경고이다.

얼마 전 한국 뉴스 신뢰도가 30%로 조사 대상 46개 나라 중 40위에 처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전년도보다 2%포인트 낮아진 수치라고 한다. 언론의 존재 이유를 회의케 하는 수치로, 악용된 말의 힘이 초래한 당연한 결과이다. <장자>에는 이러한 말이 실려 있다. “개는 잘 짖는다고 좋은 개가 아니다. 사람도 말을 잘한다고 좋은 사람인 것은 아니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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