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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단식투쟁을 했던 사람들이 잊혀지지 않는다. 시간이 무심히 흘러 의로운 싸움이 태연히 과거가 되어가고 있음이 무섭다. 문득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씨와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의 안부가 궁금하다. 단식의 후유증은 없는지, 마음은 잘 추스르고 있는지. 분노와 슬픔은 다스릴 수 있겠지만 무력감은 참으로 삭이기 어려울 것이다. 사람을 살리자는 중대재해처벌법에 우리 시대 비참한 죽음이 그대로 들어있으니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사람의 벽은 해머로도 깨뜨릴 수 없었다. 결국 정치인들은 가진 자들의 편이었다. 하청 노동자의 죽음은 오로지 개인의 것이었다. 어머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누더기 법안은 통과되었고, 현장을 지켜보던 기자들도 노트북을 닫았다. 이 땅의 어머니들이 나처럼 울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거대 정당에는 정의가 없었고, 의원들에게는 가슴이 없었다. 어머니는 끝내 탄식을 쏟아냈다. “국회가 사람 목숨을 놓고 정치놀음을 하다가 보여주기식 법안을 만들었다.” 어머니는 김용균의 하늘을, 정의당은 법안을 처음 발의한 노회찬의 하늘을 차마 쳐다볼 수 없다.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는 해마다 300명이 사망한다니 오늘 하루도 누군가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앞으로도 맞아서, 떨어져서, 끼여서, 치여서 죽을 것이다. 저 죽음 뒤에는 누더기 중대재해법이 있고, 그 법 뒤에 의원들이 있다. 박주민 의원이 그리 쉽게 허물어질 줄은 몰랐다. 세월호 침몰사고 때는 억울한 죽음을 죽을 만큼 격렬하게 껴안지 않았는가. 보도에 따르면 자신이 낸 법안이 후퇴하자 “역부족”이라고 했단다. 역부족의 실체가 무엇인지, 목숨보다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그마저도 그만그만한 의원이 되어가고 있음을 본다.

마사회의 구조적 비리로 남편을 잃은 부인이 있다. 고 문중원 기수의 아내이다. 부인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한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부인은 너무나 억울했다. 남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연을 세상에 알려야 했다. 살면서 구호 한번 외치지 않았지만 거리에서 오체투지를 했고, 서명을 받았고, 청와대 앞 108배를 했다. 헛상여 행진에 단식까지 했다. 가장 믿고 의지했던 경찰에 걷어차일 때에는 별생각을 다했다.

부인은 천신만고 끝에 국회를 찾아가 집권여당의 높은 사람을 만났다. 높은 사람 이인영 당시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정신이 없다. 이것에 대해 검토해보지 못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 큰일이 있으면 이런 국민의 눈물은 외면해도 되는가. 부인은 광화문광장의 즐비한 천막들 사이에 작은 천막을 쳤다. 없는 집에 들어가 방 한 칸을 내달라는 것처럼 미안했다.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일으켜 세우며 이런 생각을 했다. ‘억울한 사람들이 많구나. 그런데도 이렇게 해결이 안 되는구나. 역시 이 나라는 힘 있고, 빽 있는 자들의 것이구나.’

노자는 <도덕경>에서 “큰 나라 다스리기를 작은 물고기 조리하듯 하라(治大國 若烹小鮮)”고 했다. 작은 것을 크게 보고 약한 백성들을 정성껏 보살피라 이른 것이다. 작은 생선을 조리하려면 고기 살이 부서지지 않게 불의 세기를 잘 조절하고 함부로 뒤적거리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나라를 경영하는 자들은 간교한 정치를 물리쳐서 백성들에게 상처를 입히지 말아야 한다. 한눈을 팔거나 딴짓을 하면 작은 물고기는 형체마저 사라지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광화문광장 옆에 집무실을 내겠다고 공약했다. 작은 물고기를 조리하듯 정성을 다해 나라를 운영해보겠다는 다짐으로 받아들였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광장의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눈물과 외침을 보고 들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당선이 되자 돈이 들고 안전에 문제가 있다며 공약은 간단히 폐기됐다. 이유가 왜소해서 더 아쉽다. 배가 불러 뒤뚱거리는 집권여당의 갈지자 행보에 많은 것들이 짓밟히고 있다. 개혁은 무겁고 심각해서 거론하는 것조차 부담스럽겠지만 그래도 인간에 대한 예의와 도리는 지켜야 하지 않는가. 약한 자의 슬픔과 고통은 그냥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끝났다고 어찌 끝낼 수가 있는가.

어머니, 용균이 어머니, 억울한 죽음의 어머니! 힘내세요. 어머니의 사랑과 용기가 사람의 벽을 무너뜨리고 마침내 저 겨울 산을 녹일 것입니다. 우리는 작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김택근 시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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