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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경향의 눈

나를 빼앗기지 않기

경향 신문 2021. 11. 25. 09:57

지금은 데이터의 세기다. 하루하루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가 쏟아져 나오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전 세계에서 1년 동안 생산되는 데이터양은 10의 21제곱이자 기가(10억)바이트의 1조배인 제타바이트(ZB) 단위로 얘기된다. 2016년 16ZB에서 지난해 59ZB로 늘어난 데 이어 2025년에는 163ZB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말 그대로 빅데이터다.

사물·현상·사건·인간관계 등을 관찰한 기록을 뜻하는 데이터는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인터넷·디지털 시대, 정보기술(IT)의 비약적인 발달과 더불어 급속도로 위력을 키우고 있다. 이제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로 불린다. 수집·분석·가공을 통해 높은 가치와 부를 창출하는 자원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양질의 데이터를 많이 확보한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시대다.

데이터는 공공 영역에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관리에 휴대전화 위치 정보, 신용카드 결제 정보 등이 쓰인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의 재난 대응에 개인정보 데이터가 한몫한 것이다. 이렇듯 데이터는 생산성을 높여 수익을 내려는 기업과 보다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공공기관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빅데이터 신기술이 인공지능과 결합해 더 편리하고 풍요로운 사회, 새로운 세상을 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거기에만 취해 있어서는 안 된다. 데이터는 구세주가 아니다. 데이터가 앞날의 삶과 사회를 바꾸고 혁신을 불러올 수 있다고 해도 그 이면의 그림자를 반드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데이터의 편향과 오류,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 감시와 속박 등이 그것들이다.

데이터는 어디서 생성되는 것일까. 기계로 뽑아내는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나온다. 아침에 일어나 휴대전화를 켜면 위치 정보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몇시 몇분에 출근하는지 버스나 지하철에 기록이 남는다. 어디서 얼마짜리 밥을 먹고 어떤 물건을 사는지, 소셜미디어에서 무얼 훑어봤는지도 알린다. 세금 납부·은행 거래·병원 진료 내역은 물론이다. 이런 개인정보 노출이 싫다면 온라인 접속 자체를 끊어볼 수 있지만 무망한 얘기다. 집 밖으로 나서면 누구나 하루 평균 300번쯤 곳곳의 폐쇄회로(CC)TV 화면에 잡힌다고 한다. 일거수일투족이 데이터로 노출되는 셈이다. 어찌보면 거대한 데이터 사회의 실험실 안에 사는 것과 다름없다. 일상생활, 삶 자체가 데이터가 되고 그 데이터가 누군가의 돈이 되는 세상이다.

쇼샤나 주보프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이를 ‘감시자본주의의 시대’라고 짚어냈다. 구글·아마존·메타(페이스북)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사람들의 행동 데이터를 공짜로 빼내 팔아먹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계속 돈벌이가 되는 행동을 유도·조종까지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골라주고 추천하는 콘텐츠에 휩싸여 끊임없이 데이터를 제공하는 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그들의 감시는 사람들에게 평소대로 살라면서 무관심한 척 냉정하게 관찰하며 원하는 데이터만 뽑아내는 것이라 독재자의 감시보다 섬뜩하다. 인간이 ‘감시당하는 존재’보다도 못한 ‘데이터 생산 부품’쯤으로 취급되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법무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출입국 심사와 공항 보안용 ‘인공지능 식별추적 시스템’ 구축을 내세워 1억7700만건의 내·외국인 얼굴 사진 이미지를 당사자들 동의 없이 데이터로 활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정부는 법적 근거가 있어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이 문제없다고 해명했지만, 출입국 심사 당시 수집한 얼굴 사진을 첨단 시스템 개발에 쓰는 것이 본래 수집 목적에 부합하는지는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당사자들은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추상적인 규정을 앞세워 공권력을 남용한 것은 아닌지 면밀히 따져보고 후속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정부나 기업은 데이터 이용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마땅하다.

데이터는 너무나 많은 것을 할 수 있어 갈수록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다. 반면 데이터로 인해 더 많은 감시와 차별이 따를 수도 있다. 데이터 사회를 살아가는 데 관건은 내가 생산한 데이터를 남에게 빼앗기지 않는 것이다. 내 데이터는 내 것이다. 이 점을 잊지 않는 게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핵심이다. 무심코 잃어버렸던 내 데이터를 되찾는 노력도 시작해야 한다. 데이터를 잊고 살면 편할 것 같지만, 그러다가는 수집당하고 분석당하는 약한 존재로 전락할 뿐이다. 내 데이터를 빼앗아가려는 것들에게는 단호히 저항해야 옳다.

차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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