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다짐을 하고자 기도처를 찾게 되었다. 한 곳에서 열흘 남짓 지내고 다른 두 곳은 두루 거쳐보았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새로운 다짐을 위해 귀한 시간을 내 참여하고 있었다. 염원도 간절하고 기도의식은 진지했다. 분위기는 의외로 산뜻했고 사람들 표정도 밝았다.

살다가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는 것은 대개 어떤 계기가 있게 마련인데, 그 속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기도하는 사람이나 기도처의 운영자가 밝은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은 기도 그 자체만큼 소중해 보인다. 기도처가 산속이라 주변 환경도 깨끗하고 소음이나 야간조명 공해도 없는 데다 음식을 적게 먹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 몸이나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겠다.

만났던 사람들 모두 한결같이 가벼운 농담도 주고받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기도라는 것이 뭔가 고질적인 삶의 무게를 풀고자 하는 것이라기보다 자신을 성찰하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자기의 삶을 진전시키고자 하는 바람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진지하다 못해 심각하고, 정숙하다 못해 딱딱한 이전의 모습과 다르다. 분명 예전과 달라진 문화현상이라고 하겠다.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모습도 있었다. 쓰레기 처리였다. 기도처 마당 구석에서는 대형 드럼통에 과일 포장재로 쓰인 석유화학 발포제품인 망 패드랑 비닐봉지, 일반쓰레기를 같이 넣어 태우고 있었다. 그것들을 태울 때는 시커먼 연기와 냄새가 났지만 잠깐이면 된다면서 개의치 않았다. 분리수거를 하지 않을뿐더러 아예 종량제 봉투를 쓰지 않았다. 어느 기도처의 바로 옆 개울에 제 맘대로 나뒹구는 쓰레기들을 하나하나 세어보았다. 찢긴 고무장갑, 막걸리병, 과자봉지, 검정비닐, 면장갑, 보온재 등이었다.

PVC 관으로 나오는 생활하수는 그대로 개울로 버려졌는데 밥풀과 반찬 찌꺼기가 눈에 띄었다. 산골짜기 계곡물은 뿌연 부유물이 역력했고 굽이진 곳은 시커멓게 물이 썩어 있었다. 행사 때 상차림 음식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입 농산물도 보였고 화학농법으로 지은 싸구려 과잉비대 과일들이었다. 크기만 크고 맛이 없거나, 달더라도 인위적인 당도 높이기로 만든 지베렐린이나 카바메이트 계열 성장촉진 농약을 친 그런 과일은 먹는 사람의 건강도 걱정이 되지만 농사 과정에서 생태계와 토양을 망친다.

일회용 접시와 빨대 등을 이용해 일회용품 사용 문제를 고발하고 있는 환경운동연합 (출처 : 경향DB)


음식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많이 쌓아 올리고 아무렇게나 음식을 보관해 위생도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직접 농사를 지은 것이라고 내 놓은 것도 비료와 농약을 듬뿍 친 것이었고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깊은 산속 농사는 평지 농사보다 자연재배가 훨씬 쉬운데도 습관적으로 농약과 비료를 치고 있었다. 일본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이후에 방사능 오염이 크게 문제시되고 있는 생태탕을 겨울철에 제격이라며 끓여 먹고 있었다.

전기패널 난방을 하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효율 면에서 전기는 에너지 중에 가장 고약한 에너지다. 우리나라는 전기값 정책이 잘못되어 있다 보니 전기를 많이 쓰는데 값싼 시공비와 편리성 때문에 길거리 식당 등에서 전기패널 난방을 많이 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수면과 기도를 방해할 것으로 보인다.

일회용품과 인스턴트 식품의 애용도 여전해 보였다. 밥 먹을 때도 일회용 종이컵을 물컵으로 썼고, 일회용 테이블보를 식탁에 깔았다. 밥을 먹고 나서는 모두 드럼통 소각장으로 직행했다. 청정기도처를 앞세우면서 시대의 흐름에 둔감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방부제나 농약이 걱정되는 수입 농산물이나 국내 화학농산물조차도 기도 열심히 하고 먹으면 다 괜찮다고 하면서 그런 거 따지면 세상에 먹을 게 하나도 없다고 강변하는 것도 그렇다.


전희식 | 농부·‘땅살림 시골살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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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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