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 국면으로 들어갔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다시 환경보전 논란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71호) 내 케이블카 건설과 관련해 ‘문화향유권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며 문화재위원회의 거부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결정문에는 설악산의 ‘문화향유’ 정도가 제시되지 않아 과연 현재 설악산의 ‘문화향유’ 정도가 어느 수준일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설악산 케이블카의 예정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어미 산양과 새끼 산양. 박그림 제공

다음은 속초문화원의 설악산 소개글이다.

“설악산의 웅장한 절경은 어느 모로 보나 남한 제1의 명산으로 일찍이 1965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전국민의 사랑을 받으며 극진한 보호를 받아오고 있는 보호지역이며, 1982년도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전 세계가 주시하는 보호구역이 되고 있다.”

이런 자부심 높은 설악산에도 아픔은 있다. 1995년 우리나라는 ‘국격’을 생각하여 이 “대한민국 최고의 명산”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하려 하였다. 그런데, 참 민망하게도, 세계유산으로 등록되면 규제가 강화되고, 관광객이 감소할 것을 우려한 지역민의 반대로 등록에 실패하였다. 이 사건이 우리나라 자연환경보전 정책에 시사하는 바는 매우 컸으나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변화는 없는 듯하며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이후 각종 개발로 설악산의 문화향유는 급격히 성장하게 되었으며, 2016년에는 총 365만명이 설악산을 ‘직접’ 향유하였다. 과연 매일 1만명씩 관광객이 찾아오는 설악산의 문화향유권은 어느 수준일까?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보호지역 중 하나로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인 미국 옐로스톤국립공원과 비교해보자. 옐로스톤국립공원의 직접 향유를 위한 입장객은 최근 10년 간 연평균 약 350만명이며, 2016년에는 426만명을 기록했다. 연간 300만명 초반을 유지하던 관광객이 국립공원청 역사 100년을 기념(미국 공원청은 1916년 설립되었다)한 대대적 홍보로 2014년과 2015년 각각 전년도에 비해 50만명이 증가하여 400만명을 넘어서게 된다. 일시적 현상으로 보임에도 급격한 이용객 증가로 인한 자연환경 훼손을 우려하여 2015년에 20%의 입장료 인상(현재 입장료는 차량 1대당 한화 약 3만4000원)을 단행하여 관광객 제한을 유도하였다. 언뜻 보면, 현 설악산 입장객은 문화향유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옐로스톤국립공원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숫자는 밀도를 계산하지 않은 결과로 이를 고려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설악산국립공원의 면적은 398㎢로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큰 보호지역 중 하나인데, 1㎢당 연간 관광객 수는 약 9200명에 달한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설악산의 22배가 넘는 9000㎢에 육박하는데, 유난히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 2016년에도 1㎢당 연간 관광객 수는 고작 474명에 불과하다.

미국은 설악산의 20분의 1도 되지 않는 관광객 밀도를 우려하여 입장료를 과감하게 올리는 반면, “대한민국 최고의 명산”으로 “극진하게 보호하는” 설악산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보호지역에 비해 단위면적당 20배나 많은 관광객이 찾음에도 문화향유 권리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혹자는 우리나라와 미국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여기에도 들이댈 것이다. 그러나 명심하자. 미국의 동물이나 한국의 동물이나 국토의 면적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울러 동일 관점에서 해당 국가의 특수성을 배제한 채 외국에는 케이블카가 많다는 논리를 펴는 주장은 하지말길 바란다. 케이블카의 건설 당위성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국가인 스위스에도 최소한 국립공원만큼은 케이블카를 건설하지 않는다.

문화재위원회의 결정논리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논리 중 어느 쪽이 보다 합리적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뻔한 것이다. 행심위의 결정은 자신들을 제외한 국가의 모든 전문위원회가 필요없다고 얘기하는 오만으로 비춰진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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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