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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24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재직 시절 만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에 얽힌 에피소드를 꺼냈다. 2011년 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였던 윤 당선인에게 일본 측이 제안한 ‘사이토 안’을 설명했더니, 윤 당선인이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는 것이다.

천 이사장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면서 “윤씨에게는 자신의 역할을 끝내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던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수년 전 기억에 의존한 인상 비평에 가까울 뿐 아니라, 사이토 안이 좌초한 이유에 대해 사실을 오도할 위험이 있다.

‘총리의 사죄 편지·국고 위로금 지급’을 골자로 하는 사이토 안은 일본 국고로 보상 재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해법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고, 정대협의 반대 때문이 아닌 일본 민주당 내각이 정치적 위기를 맞으면서 무산됐다.

천 이사장은 또 “(정의기억연대는) 이익 추구 단체로 법 위에 군림했다”고 했다. 정의연이 단체 중심 활동을 펼쳤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는 2015 한·일 위안부 합의를 강력 비판했지만, 최근 전직 외교 당국자들이 윤 당선인에게 ‘사전 설명을 했다’고 주장한 장면들과도 겹친다. 대일 외교 실패의 책임을 윤 당선인에게 지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어서다.

정의연의 회계 부정 의혹은 검찰 수사로 확대됐고,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기존의 ‘낡은’ 운동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일고 있다. 최종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정의연이 수억원에 달하는 기부금 수입·지출을 공시에서 누락한 것은 ‘관행’이 아니며, 안성 쉼터 등 사업 목적에서 벗어난 활동을 “기부자 예산 책정 잘못”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정의연은 위상에 걸맞은 역량과 도덕성을 갖추지 못했다. 윤 당선인은 스스로 ‘결자해지’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직 고위 외교 관료들도 책임 있는 태도로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지향적 해법을 제시하기를 바란다. 정의연 논란에 편승해 지난날의 과오를 희석하려는 시도는 한·일관계가 처한 엄중한 상황에서 한가해 보인다.

<김유진 | 정치부 yjkim@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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