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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짓 해도 일만 잘하면 된다’는 정서가 대선을 가로지르고 있다. 양당 유력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확실히 선함이나 도덕성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비록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더라도 ‘사이다’ 같은 말과 행동으로 강단 있게 정적을 제압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을 후보를 기대하는 듯하다.

이런 기대에는 정치인의 도덕성이 제도적 성과를 만드는 정치적 유능함과 무관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상식적으로도 착한 사람이 정치를 잘할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정치의 역할은 제도적 성과를 만드는 데만 있지 않다. 정치인의 도덕성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사회의 도덕과 정의를 지키는 것도 정치인의 의무다.

예를 들어보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당시 추진한 대장동 개발의 논란이 뜨겁다. 민관합작 개발로 공공이 민간에 막대한 개발이익을 보전해주었고, 여기에 몇몇 사업자들을 비롯한 여야 정계와 법조계가 뒤얽히고 재벌까지 언급됐다. 그야말로 복마전 양상이다. 곽상도 의원 아들의 퇴직금 50억원은 개발이익을 누가 어떻게 나눠먹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래도 일만 잘하면 되는 것일까? 이쯤 되면 정말 일을 잘하는지도 의문이지만, 문제는 그런 식의 사고가 사회적 부도덕과 부정의를 허용한다는 점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치적’이라는 찬사 이면에 노골적인 부정의가 도사리고 있었다. 이재명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일만 잘하면 된다’며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 그 외에도 정치가 주도한 부동산, 개발 관련 부정의의 사례는 무수하다.

이런 사례들은 그 자체로 정치적 메시지가 된다. 권력을 쥔 사람들은 다들 그 권력을 사적으로 유용하려 한다, 개발과 부동산으로 불로소득을 버는 게 최고다, 그러려면 인맥이 필요하다 등등. 그렇게 한국 정치는 국민들에게 적자생존의 메시지를 발신해왔다. 이를 부정의라고 지적하면, 정치는 도덕과 무관하다는 답변을 듣게 된다. 이는 개인의 도덕성과 권력의 도덕적 책임을 혼동한 동문서답이다.

과거에는 국가폭력이 적자생존을 부추기고 부정의를 합리화하는 정치적 메시지였다. 국가는 폭력을 통해 국민들에게 불만 갖지 말고 조용히 숨죽이고 살라고, 억울한 일을 당하면 그건 본인 탓이라고 윽박질렀다. 오늘날엔 정치권과 특권층이 조장한 거대한 불평등과 비리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얄궂게도 과거 국가폭력에 저항했던 정치인들과 유서대필 사건 수사 검사였던 곽상도 모두 현재의 부정의에 기여하고 있다.

그래도 이 사회의 도덕의 마지노선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정치인이 드물게 존재한다. 고 노회찬 의원이 그러하다. 그는 유서에 후원 절차를 밟지 않은 4000만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썼다. 생의 마지막까지 도덕의 마지노선을 지키는 것이 정치인의 책임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 태도는 기성정치와는 다른 내용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정치는 정의로움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는 것이어야 한다. 이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진보정치의 사명이다.

오늘 노회찬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노회찬6411>이 개봉한다. 우리 사회에 정의를 일깨우며 떠난 그의 족적이, 여전히 도덕의 마지노선에 버티고 선 정치인들에게 힘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최성용 청년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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