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칼럼/경향시선

아직 던져지지 않은 돌

아직 부서지지 않은 돌

 

아직 정을 맞지 않은 돌

 

아직 푸른 이끼를

천사의 옷처럼 두르고 있는 돌

 

아직 말하여지지 않은 돌

아직 침묵을 수업 중인 돌

 

아직 이슬을 어머니로 생각하는 돌

 

그리고 잠시 손에 쥐었다

내려놓은 돌

 

아직 조금 빛을 품고 있는 돌

 

유강희(1968~)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한곳에 가만히 앉은 돌멩이가 하나 있다. 햇살 아래 잠든 듯이. 아직은 생김새가 태어난 모양 그대로인 돌멩이다. 손을 타지 않고, 다른 것이 섞이지 않고, 가공되지 않은 채로. 푸른 이끼도 입고 있다. 날개를 접은 채. 태어나지 않은 언어를 갖고 있는 돌멩이. 내내 잠잠하게 있는 돌멩이. 아침이면 부시고 맑은 이슬이 이마에 데구루루 구르는 돌멩이. 그리고 한 번 나의 옷깃을 스쳐간 돌멩이. 내면에는 순수와 사랑과 빛을 하얀 새알처럼 품고 있는 돌.

시인은 시 ‘돌아’에서 이렇게 또 썼다. “돌아/ 너무 맑은 날 아침은/ 네 가난한 거죽에도/ 새 옷 한 벌 해주고 싶어// 어느 영원의 반짝이는 개울 하나/ 너랑 손잡고 건너고 싶어”

돌은 작고 고유한 존재요, 하나의 우주요, 돌은 못된 생각이 없는 착한 성격이요, 돌은 우리가 더욱더 가꾸어야 할 그 어떤 반짝임과 밝음일 것이다.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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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