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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혀를 내밀고 더워하면 수박을 나눠 먹었다. 포도는 몇 송이 달리지 않아서 새들에게 양보. 쳇- 기다려도 감사의 인사가 없구나. 내 사랑 레몬으로는 주스를 해서 마신다. “꿈을 꾼다네. 하느님이 되어 하늘나라에 앉아 있는 꿈. 하지만 너무 지루해 죽을 맛이야. 땅에서 사는 게 차라리 나았어. 기적놀이를 하는 하느님이 아니라면 미치고 말았을 거야. 잘 왔어. 나는 하느님이야. 나는 날마다 기적을 베풀지. 레몬즙으로 만든 비를 뿌릴게. 이슬 내리듯 동굴들을 적시게 하고, 하수구에도 일품 라인산 와인이 넘치게 할게. 시인들은 내가 선물한 음식을 반겨하더라.” 독일시인 하이네의 시 ‘귀향’에서처럼 레몬즙 비가 내리고는 해. 오늘 비소식이 있다. 빗물로 머리를 감으려고 양동이를 내다 놓았다.

레몬 나무를 한 그루 열심히 돌봤는데, 레몬 열매가 송알송알 달렸어. 생큐 생큐. 이건 기적이야! 소리쳤어. 내 일상은 마치 미국시인 휘트먼의 그 일상처럼 소소하기 이를 데 없으니 이건 기적이 맞다. “평범한 일상. 사무실 혹은 책상, 자두 과수원과 사과 과수원, 정원 가꾸기. 씨 뿌리기. 나무 베기, 꽃 피우기와 덩굴 키우기. 곡식과 비료. 회토, 진흙, 찰흙, 하층토 쟁기질. 삽과 곡괭이와 갈퀴와 괭이. 물대기와 물빼기. 말빗과 말옷, 말 고삐와 굴레와 재갈, 말먹이 짚다발, 외양간과 바닥, 곡식 저장고와 구유, 건초와 시렁. 여기 도시와 시골. 난로와 촛불, 가스등과 히터와 수로. 싸우는 사람의 일격, 어퍼컷 하나 둘 셋. 빵집의 빵과 케이크, 열대의 과일과 푸줏간 선반의 고깃덩이. 당신의 방과 침실, 당신의 피아노포르테, 난로와 조리 기구.” 휘트먼은 ‘직업을 위한 노래’를 쓰면서 집 안을 죽 한번 둘러봤을 것이다. 평범한 일상에 축복 같은 시가 찾아왔겠지. 창문 밖엔 푸른 잎사귀의 레몬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 풍경. 우린 수많은 기적 속에 휩싸여 살아가고 있지. 정원은 온통 꽃들, 열매들. 이젠 가을이야. 돌본 만큼 정직한 열매를 거두길. 공정한 세상에 살고 싶어라. 소소한 기적에 환호하면서.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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