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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사람이 북적이는 인천 소래포구 맞은편에는 자연이 빚어낸 ‘보물’이 있다. 소래습지생태공원이다. 일제가 1934년 천일염을 일본으로 보내기 위해 조성한 소래염전이 소래생태공원의 유래다. 폐염전을 포함해 156만㎡에 달한다. 갈대밭과 소금창고, 풍차가 어우러져 있다. 날이 따뜻해지면 아이들이 갯벌에 직접 들어가 뛰어놀기도 한다. 그 덕분에 연간 방문객이 35만명에 달한다.

가족단위 탐방객 말고도 소래생태공원의 단골 손님은 또 있다. ‘자전거족’이다. 필자도 10년 전부터 한달에 두어번씩 이 코스를 즐기고 있다. 봄이면 해당화가, 늦여름이면 코스모스가, 가을·겨울에는 갈대숲이 장관을 이룬다. 소래생태공원 바로 옆에도 비슷한 규모의 시흥갯골 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 자전거가 시흥 쪽으로 접어들어 물왕저수지까지 달리다 보면 갯벌과 농수로, 연꽃단지로 이어지는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2500만명이 몰려 사는 수도권 한쪽에 이 같은 보물이 온전히 보전될 수 있었던 이유는 대부분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소래습지생태공원의 절경이 훼손되고 있다. 정부가 2006년 개발제한구역 일부를 해제해 1만4000여가구가 들어서는 보금자리주택 단지를 조성하면서부터다. 소래습지생태공원의 광활한 ‘멋’은 아파트 숲에 가려진 채 사라져버렸다. 소래생태공원에서 인천대공원 쪽으로 달리다 보면 눈앞에는 계속 콘크리트 아파트만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얼마든지 전국의 수많은 생태공원이 사라질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달 13일 내놓은 ‘기업형 주택임대 사업(뉴스테이 사업)’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요청하면 국토교통부나 일선 지방자치단체가 선별적으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겠다고 호언했다.


이 정책의 핵심은 기업이 원하는 곳이면 얼마든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집을 짓도록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건설업체는 최대 10년만 임대를 하면 언제든지 매각·분양할 권리까지 갖게 된다. 개발제한구역이 민간 건설업체의 개발 이익 보장을 위해 대규모로 훼손될 위기에 처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겨울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이 8일 서울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에서 철새 등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개발제한구역의 원조는 1938년 그린벨트법(Green belt Act)을 제정한 영국이다. 대도시의 무질서한 개발이 초래하는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막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그린벨트는 1960년대 들어 유럽 각국으로 확산됐다. 영국의 그린벨트 정책은 1971년 한국으로 건너와 도시계획법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로 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1977년까지 8차례에 걸쳐 7대 대도시권과 7개 지방 중소도시권을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때 지정된 면적은 5397㎢로 전 국토의 5.4%를 차지했다. 이후 한국 정부는 체육시설·보금자리주택·경인운하 개발 등 각종 명목을 앞세워 야금야금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한 반면 영국은 1997년 이후 그린벨트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영국 정부와 국민들은 개발제한구역을 미래세대로부터 빌려 쓰는 자원,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소중한 자산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건설 경기를 부양해 봤자 되돌아오는 것은 부동산 거품뿐임은 무수히 많은 경제분석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박근혜 정부는 더 이상 미래 자산을 파괴하지 마라. 헌법을 따르라.

대한민국 헌법 122조는 개발제한구역의 근거다.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


한대광 비즈n라이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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