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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가 살아와 사업동의서에 서명하고 저승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솔스톤과 등산로 5.7㎞를 단 3분 만에 이동할 수 있는 스페이스스톤을 소유한 전문가(AWP양양 풍력사업). 설악산 초입부터 정상까지, 연인원 80명이 투입된 조사를 단 2명이서, GPS보다 수십배 정확한 공간분석능력을 발휘하며 한나절씩 단 이틀 만에 완료하는, 아이언맨 슈트를 착용한 괴력의 전문가(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토양미생물 관련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자마자 어류와 저서무척추동물을 혼자 조사하는, 위대한 학습능력의 닥터스트레인지급 천재전문가(낙동강 대저대교). 양서류와 파충류, 어류, 포유류의 모든 조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브루스 배너급 천재 필드생태학자(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참으로 불가사의한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억만금을 주고서라도 모셔야 할 이들 히어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처우는 너무나도 열악하다. 이런 능력의 소유자는 대한민국에는 너무 흔하니까?

하루 종일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지구 자전을 거부하는 현상(낙동강 대저대교). 서로 다른 지역의 식물개체가 완벽히 일치하는, 컴퓨터의 ‘복붙 능력’을 비웃는 자연의 위대한 복제력(제주 비자림로). 일반인한테는 정체를 쉽게 노출하지만, 유독 슈퍼히어로급 전문가에게만은 흔적까지도 전혀 보여주지 않는, 전문가를 차별하는 멸종위기 동식물의 완벽한 은신술(제주 비자림로, 거제 남부관광단지, 창녕 대봉늪, 제주2공항 등). 울창한 왕버들군락이 유명한 습지에서, 전문가에게만은 자신을 보여줄 수 없다는 왕버들의 완벽한 은폐술(창녕 대봉늪). 지금까지의 자연과학을 비웃는, 인피니티스톤이 펼치는 우주의 대신비가 한반도에서는 일상처럼 일어난다. 그런데 이 기이한 현상들은 널리 알려지지 않는다. 해가 동쪽으로 지게 만드는 인피니티스톤 하나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으니까?

야외조사 중 카메라 소프트웨어를 구버전으로, 다시 신버전으로 바꾸는 아이언맨 슈트에 있을 원격 AI 제어기술(낙동강 대저대교). 단 1대로 같은 시간, 서로 다른 3곳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로키의 분신술을 구현한 오염측정기계(낙동강 대저대교). 80곳이 넘는 양식장 운영에도, 단 두 곳만 전문가들 눈에 노출시키는 닥터스트레인지의 슬링링 기술을 구현한 양식장(제주2공항). 5차, 6차 산업혁명시대에서 온 미래인류도 울고 갈 이런 과학혁명이 이미 대한민국에서는 일상처럼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 혁신기술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더 혁신적 기술이 대한민국에는 넘쳐나니까?

소설이나 영화로는 폭망할 황당무계 히어로와 최첨단 과학기술 이야기는 법률에 의해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의 결과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서명·공포한 것에 따른 것이니 공신력이야 두말할 나위 없다. 당연히 이 서류의 분석과 평가를 담당하는 공무원과 전문가는 한결같이 내용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문외한의 문제제기가 크게 이슈가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러한 사업들은 공통점이 있다. 정부가 시행하는 사업이거나 정부의 중점추진사업이다.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 이렇게 정부가 솔선수범하니 힘없는 국민이 어찌 안 따를 수 있겠는가?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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