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장 교체 문제로 한창 야당과 공방전이 오고가는 중이다. 전임 통계청장이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통계를 제출해서 경질되었다는 주장과 통상적인 교체일 뿐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번 개각의 큰 쟁점이 될 것 같긴 하다. 사실 통계청장이 차관급 인사라는 점에서 살짝 부럽기까지 하다. 얼마나 중한 자리이기에 저렇게 논란을 겪고 있나 싶어서 말이다. 악플보다 무서운 것이 무플이라 하지 않나. 지금 농업계가 딱 ‘무플’ 신세다.

비교적 평화로운 내각 구성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임명이다. 평화롭기보다는 사람들의 관심 밖이라 하는 것이 맞지 싶다. 김영록 전 농식품부 장관이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고 전남도지사에 당선되기까지, 5개월 동안 농식품부의 수장 자리는 비어 있었다. 차관들이 남아서 업무 공백을 메우기는 했지만 그래도 장관이 자리를 지키는 것과 아닌 것은 천지 차이다. 장관급에서 논의되어야 할 현안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예산의 문제가 걸려 있다. 점점 줄어드는 농업 예산 확보와 제대로 된 집행 요구는 장관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장관 자리가 비어 있는 동안 농민들과 농업단체들만 애가 탔다. 현재의 농지 면적을 기준으로 하는 직접지불제도를 개선하자는 목소리도, 쌀 산업에 대한 대책도 누군가 들어줄 대상이 있어야 말이라도 해 볼 수 있는 굵직한 사안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농정이 농민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것이 농민들의 가장 큰 바람이다. 이 열망을 모아 이끌어 갈 ‘키맨’이 절실했다. 하지만 이를 담아낼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설치 공약도 저 멀리 날아가 버린 것 같다.

5개월이나 비어 있던 농식품부 장관에 이개호 의원이 얼마 전 임명됐다. 이개호 장관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활동했던 2선의 국회의원 출신이다. 일찌감치 농식품부 장관 하마평에 올랐으며, 무난히 임명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역시나 청문회 통과는 순탄한 편이었다. 논문표절이나 자녀의 취업특혜 의혹, 배우자의 불법건축 같은 사안은 이제 장관 청문회에서는 큰 쟁점도 아닌 것 같다. 어쩌면 농식품부 장관이어서 그냥 넘어간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청문회를 통과한 이개호 장관은 청문회에서 받은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호기롭게 ‘출마하겠다’고 대답했다. 자신의 장관 임기도 총선 출마 전까지 1년 남짓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너무나 솔직해서 씁쓸했다. 어차피 뒤집힐 말들이 더 많은 자리인데 농민이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농식품부를 지키겠다는 말잔치도 안 할 정도로 이 자리가 가벼운가 싶어서 말이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친일 매국노로 나오는 이완익은 외부대신(외교부 장관) 자리를 탐낸다. 그토록 바랐던 외부대신이 아닌, 지금의 농식품부 장관인 ‘농상공부’ 대신 자리에 임명되자 자신이 소작농 출신이어서 무시하는 거냐며 패악질이 더 심해진다. 등청해서 농상공부의 의견을 보태라 하자 “무·배추만 싱싱하면 걱정할 거이 없는 농상공부 대신인데 뭘 보태란 말입네까”라고 응수하며 불참한다. 역사 왜곡 논란이 많은 드라마지만 이 부분만큼은 왜곡 없이 제대로 현실을 반영한 것 같다. 무·배추 값만 싸면 다들 그만이다. 정부 수립 이후 이 나라에서 농업이 중요했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올해는 무·배추마저도 싱싱하게 자라지 못하고 있으니 이를 어쩐담.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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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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