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는 대통령을 비롯해 총리, 국무위원들의 유고로 정치에 뜻이 없던 환경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참에 살펴보니 정부조직법에 따라 대통령 유고 시 권한대행의 순서가 정해져 있다. 우리나라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몇 번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았다. 드라마에서처럼 ‘황 대행님’으로 불렸을지는 모르지만. 

대통령 권한대행 서열은 정부조직법에 정해져 있다. 총리가 1위이다. 2위는 기획재정부, 3위는 교육부다. 모두 부총리급의 국무위원이기 때문에 서열이 높다. 이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의 순서다. 내가 의외라 느낀 것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서열이 생각보다(?) 높아서다. 드라마에서 권한대행을 맡게 된 환경부 장관보다 3계단이나 위인 열한 번째다. 

이번 개각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포함된다. 장관 후보자는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고 임명된다면 조직 내 승진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정권의 발탁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사실 김현수 차관이 농식품부 장관으로 지명되리라는 건 농업계에선 이미 알려져 있었다. 돌이켜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가장 늦게 임명된 장관도 농식품부였다. 당시 농업계에서는 만약에 기재부나 교육부 장관이 이렇게 늦게 임명되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었겠느냐며 자조를 섞기도 했다. 농식품부 장관 청문회 때마다 장관 후보자들은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다고 당당하게 대답했어도 문제조차 되지 않았다. 그렇게 김영록 전 농식품부 장관이 도지사 선거에 나가면서 7개월 만에 중도 사퇴했고, 현 이개호 장관도 총선 출마 의지를 처음부터 밝혔다. 이개호 장관은 1년짜리 장관직을 수행하고 정치적 고향으로 돌아간다. 결국 문재인 정부 들어 벌써 세 번째 농식품부 장관 후보가 지명된 것이다. 

지난 7월부터 진보진영의 농민단체에서는 적폐청산의 대상인 전 정권의 관료를 농식품부의 수장으로 앉히는 것을 반대한다고 천명해왔다. 이와는 반대로 며칠 전 김현수 장관 후보 추천을 환영한다는 성명서가 이례적으로 몇몇 농민생산자단체에서 나왔다. 농식품부 장관 후보를 두고 찬성과 반대가 극과 극으로 맞서는 상황이지만 대체로 농업계 안에서의 소란일 뿐이다. 이번 개각의 국민적 관심사는 단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다. 법무부 장관 임명과 관련해서는 연일 수천개의 찬반 양론 댓글들이 달리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하지만 농식품부 장관에 대한 기사는 배포된 보도자료를 그대로 복사해서 붙인 수준이다. 예측컨대 농식품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않을 것이고 무난하게 임명될 것이다. 

‘지정생존자’의 서열은 의외로 높은 농식품부지만 그만큼의 중량감은 없다. 서열을 올린다 한들 이 사회에서 농업·농촌·농민의 문제가 중심의제로 다뤄진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서글프지만 익숙하다. ‘사람 중심의 농정개혁’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와 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농식품부 김현수 장관 후보자의 말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뿐이길 바란다. 정권 3년간 벌써 세 명의 농식품부 수장을 맞이하는 심정이 허하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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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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