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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바빠 직접 만나기도 힘들고, 이 정도면 서로 부담 없겠다 싶어 종종 주고받는 선물이 카카오톡 ‘기프티콘’이다. 기프티콘은 SK플래닛이 쓰는 이름이지만 보통명사가 되었다. 정확히는 ‘모바일 상품권’이라 부른다. 1960년대에 제정된 ‘상품권법’에 따라 허가를 받은 사업자들이 인지세를 내고 조폐공사에서 찍었던 상품권은 일종의 유가증권이다. 백화점, 제화, 주유, 도서 상품권이 대표적인 종이 상품권이다. 한때는 ‘상품권깡’이나 뇌물로 쓰이면서 탈도 많았다. 20년 전 상품권법 폐지 후 어떤 사업체든 발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스마트폰에 기반한 플랫폼 비즈니스도 크게 성장했다. 출근 전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쇼핑하고 저녁 퇴근길에 배송을 받는 세상이다. 모바일 상품권은 식품부터 생활재까지 아우르면서 1조원을 훌쩍 넘는 큰 시장이다. 이 시장의 최고 강자는 카카오다.

나도 카카오톡으로 선물받은 치킨 상품권을 써볼 일이 생겼다. 치킨점 취재를 꽤 했던 터라, 저간의 사정을 모르지 않아 치킨을 시켜 먹을 때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배달앱 수수료라도 아끼시라고 직접 전화로 주문을 하고 가급적 현금 결제를 한다. 뭣보다 내 번호가 주문이력에 저장되어 있어 모니터에 자동으로 뜨기 때문에 “몇 동 몇 호지요?”라고 알아봐 주는 것도 좋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프티콘으로 결제를 한다고 하니 ‘죄송하지만’ 주문 불가 매장이라 했다. 중앙 콜센터에 전화를 해서 인근의 모바일 상품권 취급점에서 시켜 먹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그렇게까진 하고 싶지 않아 치킨 상품권을 환불했다. 10%의 환불 수수료를 제하고 현금이 며칠 뒤에 통장에 들어왔다. 본의 아니게 ‘기프티콘깡’을 한 셈이다. 이것도 법이 바뀌어 환불절차가 간편해진 편이다.

생각보다 많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기프티콘 결제를 거부한다. 팔지도 않을 거면서 상품권은 왜 파느냐는 소비자의 불만은 당연하다. 그래도 욕을 먹으면서도 주문을 받지 않는 이유는 기프티콘으로 결제를 하게 되면 가맹점 점주들이 내야 할 수수료율이 너무 높아서다. 치킨점의 경우 6%를 넘는 곳이 많다. 심한 곳은 수수료가 10%까지도 육박하고 결제액 정산도 거의 일주일이 걸린다. 장사란 것은 당일 결제할 것들은 많은데 정산이 너무 느리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카카오가 맺은 상품권 수수료율은 다르다. 모 제과 프랜차이즈의 경우 수수료가 3%다. 업체의 파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영세 업체일수록 수수료율은 더 높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상품권 결제 수수료를 부담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 부담은 가맹점주들이 떠안는다. 연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 업장은 현재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0.8%고, 체크카드의 경우는 0.5%다. 연매출 10억원이 넘는 큰 규모의 업장이더라도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1.6%인데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는 지나치게 높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상품권 발행으로 안 먹을 사람도 먹게 되니 매출 증대와 홍보에 도움이 된다 말한다. 한번 깔린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이탈할 수도 없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하지만 점주들은 많이 팔아봤자 남는 것도 없고 결국 몸만 축날 뿐이라 말한다. 완전경쟁 시장인 치킨은 소수점 이윤 싸움을 한 지 오래다. 그런데 ‘배달앱’이라는 플랫폼이 등장해 시장을 뒤흔들더니 이제 모바일 상품권이 등장해 이래저래 또 뜯기고 있다. 사정 모르는 이들에게 먹는 욕은 덤이고 말이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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