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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녹색세상

무엇이든 쓰레기 어택

경향 신문 2022. 8. 19. 10:22

쓰레기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내가 지금 가게를 하는지 고물상을 하는지 민원실에서 일하는지 헷갈릴 때가 온다. 우리 가게는 땅값이 제법 비싼 홍대와 서울역 근처에 있는데 공간이 부족해 더 이상 새 상품을 들이지 못하는 처지에도 이 ‘쓰레기 공간’만은 침범하지 않는다. ‘쓰레기 공간’이란 따로 모으지 않는 한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를 쌓아두는 곳이다. 고장 나거나 사용 후 쓰임을 다하면 종량제봉투에 버리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원래 버려지는 물건도 재활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재활용하면 실리콘 도마는 전자제품 부품이, 커피 찌꺼기는 커피 화분이 된다. 양파망은 농촌에 돌아가 다시 양파망이, 유선 이어폰과 멀티탭은 구리가, 프린터 토너는 잉크를 채워 다시 토너가 되는 식이다. 이들만 따로 모아 적재적소에 보낸다. 또한 폐지와 섞이면 재활용되지 않는 종이팩, 크기가 작아 선별되지 않는 병뚜껑도 각각 화장지와 비누 받침 등을 만드는 곳에 보낸다. 7월에는 약 750㎏의 재활용 쓰레기를 모았고 이를 보내는 택배비가 약 18만원 나왔다.

이렇게 쓰레기를 모으다 보면 분통이 터진다. 병뚜껑 안에 고무나 실리콘 같은 패킹이 껴 있어 ‘노오력’해도 재활용이 안 되는 경우다. 이들은 따로 골라내야 하는데 다른 병뚜껑 재활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쪼그려 앉아 머릿니 고르듯 이중 병뚜껑 제품을 솎아낸다. 자연스럽게 이것 좀 어떻게 해보자는 민원(?)이 들어온다.

이 지점에서 우리 가게는 고물상에서 민원실로 변신한다. 우리는 골라낸 이중 병뚜껑을 브랜드별로 분류해 해당 기업에 보내며 편지를 쓴다. 그 결과 작년에 한 탄산수 제품이 이중 병뚜껑에서 재활용 잘되는 단일 병뚜껑으로 변경되었다. 최근에는 손님들에게 같은 탄산음료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았다. 어떤 병뚜껑 제품에서 탄산이 더 느껴지는지 조사했는데 단일 병뚜껑의 음료가 이중 병뚜껑 음료보다 탄산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는 대반전 결과가 나왔다. 또다시 탄산도 더 많이 빠지는 것 같고 재활용도 안 되는데 왜 굳이 이중 병뚜껑을 쓰냐고 편지를 쓰는 중이다.

‘쓰레기 민원’이 성공하면서 제로웨이스트 가게마다 재미난 ‘쓰레기 어택’을 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체인점 매장 내에서 일회용 대신 다회용 수저를 쓰고, 재활용이 힘든 작은 플라스틱 수저를 수거해 재활용하라고 요구한다. 죽 체인점에서 보증금을 내고 다회용 용기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자기네 일회용품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요구한다. 누군가 시작하면 이에 호응하는 시민들이 분홍 수저와 팥죽색 죽 용기를 모아 제로웨이스트 가게에 들고 온다. 애초부터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회사 측에 제도를 바꿀 것을 요구하자는 의미에서 벌이는 행동이다.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들 소문을 내며 쓰레기를 바리바리 모으고, 이런 활동을 잘해보자고 ‘쓰레기 박사님’은 환경상 기금을 내놓았다. ‘쓰레기 연대’가 물결친다. 밤마다 전국의 제로웨이스트 가게에서는 쓰레기 무게를 재고 택배 보따리를 싸고 편지를 쓸 것이다. 그런다고 손님이 많아지거나 매상이 확 늘지는 않지만 우리는 아낌없이 부지런을 떤다. 우리 가게에서 손님께 드리는 마지막 인사는 “쓰레기 들고 놀러 오세요”이다.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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