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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인 2009년 여름 부산에서 문재인 변호사를 만났다. 당시 나는 다니던 신문사에 사표를 내고 전업 작가로 논픽션을 쓰고 있었다. 헌법재판소 20여년 역사를 기록한 <헌법재판소, 한국현대사를 말하다>를 쓰면서 헌법재판관과 주요사건 당사자를 인터뷰했다. 이 가운데 문 변호사도 있었다. 그해 7월20일 오전 10시20분부터 오후 3시5분까지 법무법인 부산에서 그와 마주했다. 사전에 보낸 질문에 대한 깊고 상세한 답변을 들었다.

질문들 가운데 지금 논란인 헌재소장 임기문제가 있었다. 2006년 8월 노무현 대통령은 헌재소장에 재판관 임기 3년째이던 전효숙 후보자를 지명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전 후보자는 재판관직 사표를 냈다. 청와대가 새 헌재소장의 임기가 6년이기를 원한 때문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일개 (전해철) 민정수석의 전화를 받고 사표를 내는 사람은 자격이 없다”며 임명동의를 거부하고, 결국 11월에 노무현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했다.

문재인 변호사는 전효숙 후보자 지명 철회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전까지 역대 헌재소장 3명의 임기가 모두 6년이라는) 과거의 예도 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소장에게 6년 임기가 부여될 수 없었다. 재판관 상태에서 소장으로 임명하면 3년 소장이 되는데 헌재 위상 면에서도 전혀 바람직하지 못하다. (중략) 결코 승복할 수 없는 것이었는데, 그게 계속 국정 전반을 발목 잡게 되어 버리니까, 나중에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명 철회를 했다.”

지난 5월 문재인 변호사는 대통령에 당선해 취임했고, 새 헌재소장에 임기 5년째인 김이수 재판관을 지명했다. 헌재소장 임기는 재판관 잔여 임기인 1년3개월이었다. 나는 헌재소장 임기에 관한 문재인 대통령 입장이 달라진 게 아닌가 생각했다. 추측이 맞다면 이유는 전임 박한철 헌재소장이 잔여 임기 3년10개월만 채운 선례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임기 6년이 옳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헌법 112조1항에 따라 재판관을 연임시키면 헌재소장 임기가 거의 6년이 된다. 1953년 3월생인 김 재판관은 2023년 3월 정년을 맞는다.

하지만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확인할 길이 없어졌다. 그러다 추석 연휴 이후 헌재소장 대행체제 논란 당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에서 실마리가 잡혔다. “헌재소장 임기의 불확실성은 그간 계속 문제되어 왔고,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중 헌재소장을 임명할 경우 다시 소장의 임기문제가 불거질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차제에 헌재소장의 임기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헌재소장 임기는 6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이런 설명은 적잖은 공격을 받는다. 대통령의 헌재소장 임명권과 국회의 헌재법 개정권은 연동하지 못한다는 반론, 헌재소장 임기를 헌법이 아닌 헌재법 개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 등이다. 근본적으로 부당한 위계구조인 대법원의 대법원장-대법관 체제와 달리, 헌재는 재판관 9명 지위가 동등한 가운데 누군가 헌재소장을 더하는 식이라 헌재소장 임기 6년을 따로 정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 이론과 실무에 누구보다 정통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신행정수도법 헌법소원 등 수많은 헌법소송에도 관여했다. 국정 경험까지 풍부한 문 대통령이니 헌재소장 임기 6년 주장에 합리적 이유가 있을 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것이 헌재소장 공석 연장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더구나 헌재소장 후보자들이 낙마한 근본 원인은 임기문제가 아닌 보수야당의 맹목적 정치 공세다. 그해 여름 인터뷰에서 그 역시 말했다. “야당이 (중략) 청와대 결정이라 좌절시키겠다고 맹목적으로 덤빈 것”이라고.

이러는 동안 헌법재판소만 정치에 시달리면서 황폐화하고 있다. 그래서 슬픈 헌재다.

<사회부 | 이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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