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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말 취임 100일을 맞아 한 의회 합동연설에 이런 대목이 있다. “부모들이 싸웠던 전쟁에서 지금 복무 중인 병사들이 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9·11테러 때 태어나지 않은 병사들이 있다.” 아프간 전쟁이 세대를 관통할 만큼 오래됐다는 의미다. 바이든으로서는 9·11테러 20주년이 되는 올해 9월11일까지 철군하겠다고 한 보름 전 약속을 재강조한 것이다. 9·11테러 주범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프간전은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럼 예정대로 철군한다면 아프간전은 끝나는 걸까. 흔히 전쟁을 끝내겠다는 정치인의 약속은 거짓말이라고 한다. 바이든의 철군 약속도 마찬가지다. 설사 철군하더라도 미국이 완전히 발을 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전쟁의 외주화다. 용병 같은 계약자들이 미군을 대신할 것이라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드론을 활용한 전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드론전쟁은 대통령과는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군최고사령관에 빗대 ‘암살사령관’으로 불릴 정도다. 조지 W 부시가 시작했지만 버락 오바마는 부시보다 10배나 많이 드론을 활용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4년 동안 활용한 것은 오바마 정부 8년치를 능가한다. 그만큼 드론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핵심이 돼가고 있다. 이점도 많다. 파병보다 비용이 저렴하며, 미군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결정적인 문제도 있다. 민간인 사상자를 낳고, 레이더망으로 잘 포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드론을 포착하는 시스템, 드론에 대항하기 위한 드론, 나아가 인공지능(AI) 드론 개발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드론전쟁 지휘는 전장에서 1만㎞ 이상 떨어진 본토 네바다주 공군기지 내 지상작전통제부에서 이뤄진다. 드론 조종사들은 중동 내 공군기지나 걸프만의 항공모함에 배치된 드론을 원격으로 조종해 목표물을 타격한다. 끝없는 분석을 통해 목표를 설정한다지만 미사일 발사 단추를 누르는 조종사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3만5000피트 상공에서 폭탄을 투하한다는 건 어느 누구도 보지 못한다는 것, 비명소리도 듣지 못하고, 피도 보지 못하고, 토막난 시체도 보지 못한다는 겁니다. 어떻게 현대의 전쟁에서, 원거리에서 잔학행위가 자행되는지, 저는 아주 잘 압니다. 제가 그때 바로 이런 일을 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말 폭격수로 참전한 역사학자이자 사회운동가 하워드 진(1922~2010)의 고백이다. 그는 나치 독일이 패전하기 3주 전 프랑스 남서부 루아양 지역으로 출격했다. 그곳엔 고립돼 종전만 기다리던 독일군 수천명이 있었다. 훗날에서야 이 작전에 폭격기 1200대가 동원됐고, 민간인 1000명 이상이 사망한 사실을 알았다. 당시 폭격수는 지상의 참상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타인의 생명에 대한 아무런 죄책감 없이 폭탄 투하 단추를 누를 수 있었다. 드론 조종사는 폭격수와 달리 모니터로 참상을 지켜봐야 한다. 그래도 미사일 발사 단추를 누를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초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이 전쟁지역 밖에서 테러용 드론 사용 시 백악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임시 조처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드론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다. 백악관은 바이든 취임 이후 드론 공격을 중단했다고 한다. 비록 아프간에서는 드론 공격을 계속할 수 있음을 함축하고 있지만 취임 후 이어지고 있는 ‘바이든 평화 행보’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바이든은 지난 2월 사우디가 주도하는 예멘 전쟁 지원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3월엔 ‘영원한 전쟁’의 백지수표인 대통령의 무력사용권(AUMF) 폐기·대체 방안을 의회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이 드론전쟁을 끝낼지는 알 수 없다. 하워드 진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침략에 맞서기 위해, 모든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싸운다는 주장은 전쟁을 지지하도록 동원하기 위한 손쉬운 방편”이라고 했다. 바이든이 내세우는 최대 자랑은 44년을 연방상원의원·부통령으로 지낸 공직 경험이다. 미국의 문제를 누구보다도 잘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동시에 미국 시스템에 깊숙이 몸담고 있어 쉽게 발을 뺄 수 없다는 뜻도 된다. 바이든이 ‘돌아온 미국’ 약속을 지키려면 드론 정책의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전쟁을 끝낸다는 것은 단지 병사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전쟁은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인프라스트럭처나 다름없다. 국방예산 감축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프간 철군도, 드론 정책 재검토도 빈말일 뿐이다.

조찬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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