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 밥 딜런, 스티비 원더, 빌리 조엘, 레이 찰스, 폴 사이먼, 다이애나 로스, 브루스 스프링스틴, 케니 로긴스, 헬리 벨라폰네, 신디 로퍼, 티나 터너, 조 카커, 윌리 넬슨, 킴 칸스, 라이오넬 리치, 스티브 페리. 세계 팝음악을 선도했던 음악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1985년 1월. 그들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A&M 레코딩 스튜디오로 발걸음을 서두른다. 에티오피아 난민 구제기금 마련을 위한 음악을 녹음하기 위해서였다. 단체의 이름은 USA for Africa. 음악가 퀸시 존스의 지휘하에 뭉친 45명의 팝스타들. 마이클 잭슨과 라이오넬 리치가 함께 준비한 곡 ‘We are the world’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20년을 넘긴 독재문화가 터를 잡은 국내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사건이었다.

곡의 효과는 대단했다. 음반 판매수익은 4000만달러를 상회했고, 음반과 싱글 모두 빌보드 정상을 차지한다. ‘We are the World’는 2010년에 다시 모습을 선보인다. 아이티 지진 피해자를 위해 기획한 행사에는 카를로스 산타나, 저스틴 비버, 재닛 잭슨, 제이미 폭스, 셀린 디옹, 토니 베넷 등이 참여한다. 2014년에는 에볼라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We are the World’가 재탄생한다.

음악을 통한 기부행사의 발원지는 영국이었다. 그룹 핑크 프로이드의 음악영화 <더 월>에 주연으로 출연했던 밥 겔도프. 그는 1984년 영국과 아일랜드 출신의 음악가들을 설득해 밴드 에이드라는 이름으로 ‘Do they know it’s Christmas’라는 싱글을 발표한다. 아프리카 난민 지원을 위한 음반 제작에 스팅, 보노, 보이 조지, 필 콜린스 등이 참여한다.

2018년 하반기를 퀸의 해로 만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마지막 공연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1985년 7월13일,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프레디 머큐리가 참여한 라이브 에이드는 에티오피아 난민 지원을 위한 대규모 자선공연이었다. 이후 필라델피아, 시드니, 모스크바에서도 릴레이 공연이 펼쳐진다. 이러한 사회공헌 형태의 공연은 뒤늦게 한국 대중음악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판 라이브 에이드로 불렸던 콘서트는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이어진다. 당시 생소하던 환경보호를 위해 신해철, 서태지와 아이들, 윤상, 이승환, 김종서, 김종진, 015B 등이 참여한다. 노래의 제목은 ‘내일이면 늦으리’. 이후 매년 공헌음반을 발표해 단지 개인의 영역으로 치부하던 대중음악의 정체성을 사회로 확장하는 데 성공한다. 그 배경에는 신해철이라는 한국의 밥 겔도프가 있었다.

‘생각해보면 힘들었던 지난 세월. 앞만 보며 숨차게 달려 여기에 왔지.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남아 있지만 이제 여기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네. 어린 시절에 뛰놀던 정든 냇물은 회색 거품을 가득 싣고서 흘러가고. 공장 굴뚝의 자욱한 연기 속에서 내일의 꿈이 흐린 하늘로 흩어지네. 하늘 끝까지 뻗은 회색 빌딩 숲. 이것이 우리가 원한 전부인가. 그 누가 미래를 약속하는가. 이젠 느껴야 하네. 더 늦기 전에’

첫 음반에 수록한 ‘더 늦기 전에’의 가사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지금, 서울 하늘에는 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도심은 표정없는 마스크 부대만이 가득하다. 노래가사처럼 내일의 꿈은 먼지 속에서 그 형체를 달리한다. 지금 우리는 환경문제를 등한시한 대가를 무겁게 치르고 있다. 2019년 봄, 대한민국의 하늘과 땅은 미세먼지와 오염물질로 신음하고 있다.

1992년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환경문제에 관한 공감대는 비록 미미했지만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었던 때였다. 이제는 막다른 공간으로 진입한 것일까. 대한민국의 2020년엔 어떤 색깔의 공기가 부유할지 우려된다. 늦었지만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이타적인 서울을 상상해본다.

<이봉호 대중문화평론가·<취향의 발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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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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