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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임의진의 시골편지

물김치의 별

경향 신문 2020. 10. 29. 11:04

경상도에선 호칭이 남다르다. 형은 히야, 누나는 누야, 형수는 새아저매, 시동생 도련님은 되램요 하고 부른다. 경상도에서 부모님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마이 무라’다. 많이 먹고 방귀를 뀌면 “이 방구재이. 누가 똥 낏노?” 욕먹는다. 사랑과 전쟁, 부부싸움 레퍼토리 “우예가 어찌 사노. 때리 치아뿔라!” 오가는 말이 험하다가 “가스나 자꾸 짤래?(울래?)” 하면서 품에 안고 “뜨끈하게 데파주께” 국그릇은 온기로 가득하다.

경상도 어디 고향을 둔 재벌가와 권력의 밀착은 오래고 진했다. 그도 우주의 시간엔 삼일천하. 인생은 누구나 제 수명을 산다. 애도의 농도를 살피면서 낼 세금도 ‘동글배이’ 많이 그려 내야 맞다. 조선 하늘을 지키는 무수한 별들. 말뚝잠을 자며 서러이 뜬 노동자의 별들을 뵈올 때 죄스럽지 않아야 한다.

경상도 사내들은 수줍음이 많아 선물을 할 때 “오다가 주따” 한다. 별을 따올 때도 어디서 주웠다고 말할까. “잘 주따”하고 받아 포장지 끄내끼(끈)를 풀어야 한다. 엊그제 친구들이 산촌에 놀러오며 선물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물론 내 싸구려 와인이나 고구마가 메뚜기 떼 같은 이들에 의해 한 개도 안 남았지만. 지천에 국화요 호박이 사람 얼굴을 하고 누워 있는 집언덕이 순간 북새통. 오다가 주웠을 것인 먹거리 선물들로 냉장고가 꽉 찼다. 그런데 ‘주님 영접’이 과했나 속이 안 좋아 물에 만 밥과 김치에 겨우 기운을 차렸다. 물에 만 밥과 김치는 ‘니캉내캉’ 좋은 짝. 한 숟갈 밥과 김치로 배앓이를 다스리고 밤마당에 서니 별들이 눈부시다. 쌀쌀한 게 좋아 밤에 자주 바깥 공기를 쐰다. 서둘러 난로에 불을 지핀다. 야식으로 고구마를 굽는데, 선물로 받은 물김치가 있으니 가난하나 행복한 부자렷다. 고구마와 물김치에 대고 축성을 한다. 기도 면허를 가진 목사라서 축복할 때는 세게 한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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