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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수사권 조정 법률안이 통과되자 곳곳에서 경찰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당장 대통령부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하고, 국가경찰은 행정경찰과 수사경찰로 분리하자며 관련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주문하고 있다. 검찰개혁과 경찰개혁은 하나의 세트로 움직여야 한다는 거다. 전혀 다른 차원의 목소리도 있다.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경찰공화국”이란 악담이 그렇다. 물론 검사의 말이다. 그래도 “경찰개혁안은 어디로 사라졌냐”는 질문에는 답변이 필요하다. 

일단 사실관계부터 따져보자.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권한은 줄어들고, 경찰 권한은 더 커졌을까?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의 수사 지휘를 없애고, 검사와 경찰관이 ‘서로 협력한다’고 바뀌는 건 맞지만, 이는 명목에 불과할 뿐, 수사의 실질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을 거다. 명칭만 협력적 동반자 관계라고 부른다고 검사와 경찰관의 상하관계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예전 형사소송법 표현을 빌리면 검사는 여전히 ‘수사의 주재자’다. 수사의 핵심은 체포, 구속, 압수, 수색 등 강제수사다. 피의자가 자기에게 불리한 증거를 갖다 바칠 리 없으니 강제수사를 통해서 증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이게 전적으로 검사만의 권한이다. 형사소송법 이전에 헌법부터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제12조)고 규정하고 있다. 검사만이 영장청구권을 갖고 있으니, 검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영장 발부도 없고, 강제수사도 없다. 

검사의 직접 수사권도 여전하다. 지금도 전체 사건의 1~2%만 검사가 직접 수사할 뿐이지만, ‘검찰공화국’을 만들고 지키는 데 부족함이 없다. 검찰청법 개정을 통해 직접수사 범위를 제한한다지만, 이건 ‘특수수사 등’이라는 식의 말장난만으로도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에서 보듯, 하나도 특수하지 않아도 자기들이 특수수사라 규정하면 그만이고, 여기에 덧붙여 ‘등’자 하나만 넣어도 얼마든지 무엇이든 확장할 수 있다.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로 달라진 것인가. 우리는 드디어 검찰공화국이 아닌 민주공화국에 살게 된 것인가. 검찰개혁은 최소한 일단락이라도 된 것인가.

그게 아니라도 경찰개혁은 절실하다. 경찰이 공룡이 되었다거나 검사들의 조롱처럼 ‘경찰공화국’이 되어서가 아니다. 경찰이든 어디든 국가기관은 모두 개혁과제를 갖고 있다. 경찰에도 묵은 숙제가 많다. 경찰개혁은 늘 절실한 과제였다. 

그렇지만 지금 논의되거나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 정도라면, 이 역시 검찰개혁처럼 구호만 요란하고 실속은 전혀 없는 엉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치경찰제도 그렇다. 국가경찰의 지구대, 파출소를 그냥 두고 제주도 모델을 전국화한다고 그게 자치경찰일 수는 없다. 제주도 모델의 전국 확대는 경찰권 분산과는 아무 상관도 없고, 그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의 분리도 그렇다. 교과서적으로야 의미가 있겠지만, 현실에서 그런 구분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국가수사본부장을 경찰관이 아닌 사람으로 임명한다는 것은 약간의 진전일지 모르지만, 경찰청 감사관에 경찰관 아닌 사람이 임명된다고 달라진 게 별로 없는 것처럼 부서 책임자 한 사람의 신분만으로 독립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자치경찰이든 국가수사본부든 훨씬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게다가 핵심은 모두 빠져 있다. 경찰개혁위원회가 권고했던 ‘시민에 의한 민주적 외부 통제 기구 신설’은 아예 언급조차 없다. 기존의 경찰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로는 한계가 있으니, 위법·부당한 경찰권 행사를 통제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독립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오로지 경찰만 감시하는 별도 기구이다. 영국에서 오랫동안 운영하고 있는 ‘독립적 경찰감시기구(IOPC, Independent Office for Police Conduct)’를 모델로 제시했다. 최하 100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경찰관에 대한 감찰, 경찰 관련 민원에 대한 조사 등을 하고, 특별히 경찰관의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보장한다면, 경찰을 민주적 통제 아래 두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 될 거란 판단이었다. 경찰서마다 두는 청문감사관실 인력의 일부 규모만으로도 더 큰 효과를 볼 것이다. 물론 경찰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그 부담 때문인지 이 개혁안은 종적을 감춰버렸다. 어디서도 누구도 말이 없다. 

외부 감시만큼 내부 감시도 중요하다. 가장 실효성 있는 답은 경찰관 노조에 있다. 경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는 나라가 대한민국 말고 또 어디 있을까. 경찰관이라고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간단히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경찰관 노조는 헌법상 원칙을 확인하는 일이며, 국민들 입장에서는 아주 훌륭한 경찰 내부 감시자를 얻는 별도의 소득도 있다. 

여기에다 정보경찰 폐지까지 더하면, 지금 단계에서의 경찰개혁은 마무리할 수 있다. 경찰에게도 정보활동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건 범죄 관련 정보여야 한다. 범죄정보는 수사나 형사에서 따로 챙기고, 정보경찰은 ‘치안정보’라는 특수수사만큼 모호한 개념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정보경찰이 수집한 정보는 재가공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데, 아무리 봐도 이건 구시대적 작태다. 정보경찰은 지금 당장 없애도 아무 문제가 없다. 청와대 직원들만 증권가 소식지보다 재미있다는 보고서를 공짜로 보는 특권을 포기하면 된다. 그러면 수천 명의 정보경찰을 일선 치안현장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 

경찰전담 감시기구 설립, 경찰관 노동조합 설립, 그리고 정보경찰 폐지만 해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경찰을 만들 수 있다. 경찰청의 구호 “국민과 소통하는 따뜻하고 믿음직한 경찰, 국민과 함께하는 경찰”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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