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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일본 사이타마 아레나에서 2만석 규모의 전용 공연장, 서울아레나를 도봉구 창동에 건립한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음악인들에게 창동은 아주 낯선 곳이었다. 왜 굳이 창동에 아레나를? 홍대도 힘들어 죽겠는데, 창동에 과연 뮤지션들이 갈까? 인디음악이 서울 동북권 도시재생 사업에 도구적 수단으로 사용되는 건 아닌가? 이런저런 의구심과 부정적인 생각들이 팽배할 즈음에, 서울아레나의 마중물 사업인 플랫폼창동61이 작년 4월29일에 개장했다. 형형색색의 해상용 컨테이너 61개로 만들어진 플랫폼창동61은 클럽형 공연장 레드박스와 입주뮤지션을 위한 스튜디오, 녹음과 합주가 가능한 레코딩 스튜디오와 리허설 스튜디오 등 음악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체계적으로 갖추었다. 홍대 앞 음악신(music scene)과 비교할 때,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창동의 초라한 모습은 플랫폼창동61의 좋은 사운드 시스템과 뮤지션 친화적인 편의시설로 인해 지금은 록, 힙합, 재즈, 국악 등 장르 뮤지션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연장이 되었다.

플랫폼창동61은 2016년에 총 23만여명이 방문했고, 총 218회의 각종 문화프로그램, 뮤지션 137개 팀이 참여한 168회의 공연, 공연장 가동률이 90%를 넘어설 정도로 성공적인 첫해를 보냈다. 50여 입주·협력 뮤지션이 참여해서 96회의 공연을 진행했고, 올해도 40여 입주 및 협력 뮤지션들이 좋은 공연들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플랫폼창동61은 ‘원더걸스’, ‘트와이스’, ‘SS301’, ‘크나큰’ 등 아이돌 그룹들의 쇼케이스와 뮤직비디오의 촬영지이자, 각종 음악 관련 방송 프로그램의 녹화장소, CNN, BBC 방송의 취재 장소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창동은 음악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기에는 여전히 황량하고 쓸쓸하다. 플랫폼창동61이 있어 그나마 체면치레를 하고 있지만, 정작 본 사업인 서울아레나는 중앙 정부의 석연치 않은 사업 타당성 심사에 발목이 잡혀 17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에, 서울 권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창동에 K팝 아레나를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어, 조만간 긍정적인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뮤직시티 창동을 조성하는 계획은 단지 대형 공연장만을 건립하는 것으로 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다. 유럽과 미국의 유서 깊은 음악도시들은 지역을 대표하는 뮤지션들의 성장과 장구한 음악클럽들의 건재, 그리고 음악 팬들의 오랜 열정으로 만들어졌다. 뮤직시티 창동 역시 앞으로 수많은 뮤지션과 팬들, 그리고 다양한 음악 자산들이 모여 오랜 음악적 유산을 이루고 그것들의 축적을 통해서 성장할 것이다. 단지 도시재생을 위해 음악이 도구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도시의 미래 정체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원이 되는 뮤직시티를 상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뮤직시티 창동을 조성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플랜이 수립되어야 한다.

다행히 7월6일 박원순 시장 주재로 음악 산업계의 전문가들이 모여 뮤직시티 창동을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개진했다. 서울시가 준비하는 뮤직시티 창동 플랜 안에는 대형 아레나 공연장 이외에 2000석 규모의 라이브공연장, 장르음악 중심의 클럽 공연장 조성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한국 음악인들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는 대중음악 명예의전당 건립과 대략 300여개의 음악과 공연 관련 기업 유치 계획도 준비되어 있다. 글로벌 음악비즈니스, 음악 테크놀로지, 차세대 음악 미디어 플랫폼 개발을 위한 대중음악 전문학교 설립과 균형 있는 음악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전문 지원기구 설립 등도 검토하고 있다. 다양한 규모의 공연장, 음악 산업을 견인하는 창의적인 기업들, 다양한 대중음악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과 차세대 음악 산업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이 창동이라는 장소 안에 집적될 수 있다면, 뮤직시티 창동은 상상의 은유가 아닌, 현실의 공장이 될 것이다. 이 희망 플랜이 내가 창동에 올인하는 유일한 이유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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