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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미국에서 열린 콘퍼런스로 뒤숭숭하다. 비영리 환경단체 세레스(Ceres)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의 발언 때문이다. 세레스는 지속 가능성을 위해 환경과 경영의 성과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들의 모임이다. 1300여개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유엔환경계획(UNEP)과 함께 기업의 지속 가능 보고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국제기구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를 세운 원조 단체이다. 연준의 이사가 연사로 나올 정도면 권위와 영향력은 말할 필요가 없다. 25일자 블룸버그는 “기후변화로 리먼 사태급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브레이너드 이사의 발언을 무겁게 보도하였다. 기후변화와 리먼 사태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2008년 리먼 사태로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사그라든 것과 비교하여 작금 연준의 경고는 무슨 뜻인가?

미국의 중앙은행이 기후변화를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준하는 위협으로 간주하고, 그에 대해 대비하겠다는 선언이다. 리먼 사태 이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출범시킨 기구에 금융안정 기후위원회를 추가로 더 만들어서 같이 노력하겠다고 한다. 통상 금융기관은 안정,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여 가장 보수적이다. 그런데 미국의 중앙은행같이 세계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기관이 기후변화로부터 금융을 보호해야겠다는 위기감을 드러낸 것이다. 미국의 기후재난 상황이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말할 것도 없고, 작년 말 캘리포니아 산불에 이어, 지난 4일 텍사스는 1899년 이후로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하며 반도체 공장의 정전과 함께 도시가 마비되는 등일대 혼란을 겪었다. 또 11일 하와이에서는 일년 동안 내릴 비가 반나절 만에 내리는 바람에 주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였고 댐 붕괴를 우려하여 주민 대피령까지 내렸다.

작년에 기후재난으로 인한 재해로 글로벌 보험사가 약 83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였다. 미 연준이 기후변화를 자산시장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는 중대 위험으로 안 보는 게 이상한 지경이 되었다. 물론 연준이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조 바이든 정부의 기후대응 정책에도 영향을 받았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실로 혁명적인 전환이 있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추진해온 헌법개정 운동이 지난 17일 결실을 맺었다. 헌법 제1조에 “국가는 생물 다양성과 환경 보존을 보장하고 기후변화와 싸운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안건을 하원에서 찬성 391표, 반대 47표로 전날 가결한 것이다. 아직 상원을 통과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지만, 우리에게 강력한 메시지 또한 남겼다. 기후재난 대응은 바이든과 마크롱이 보여주었듯이 대통령의 제1 어젠다라는 메시지.

선거바람이 뜨겁다. 가까이는 서울과 부산의 시장 보궐선거가 있고 내년엔 대선이 실시된다. 후보 진영에 위원회는 있는데 메시지는 빈약하다. 기후재난 대비는커녕 창의적인 민생의 메시지도 안 들린다. 인기를 끌 몇몇 주제만 반복한다. 그런 후보님들을 보면 여긴 어디, 나는 누구냐는 자괴감이 든다. 기후재난은 전쟁보다 더 심각한 위기이다. 돌발적이며 통제 불가능해서 국민의 생명과 국가 경제를 한 방에 주저앉힐 핵폭탄이다. 기후위기 감수성 높은 후보를 기대한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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