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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저렇게 눈보라 쳐서, 흰 눈발로 차마 붐비는 사랑이 있었네


내 안에 저렇게 눈보라 쳐서, 차마 흰 눈발의 무릿매 맞는 사랑이 있었네


내 안에 저렇게 눈보라 쳐서, 차마 흰 눈발의 유성우(流星雨) 속에 잠드는 사랑이 있었네


내 안에 저렇게 눈보라 쳐서, 흰 눈발의 고요에 차마 가슴 데는 사랑이


흰 눈발처럼 쉬지 못하고 차마 에도는 사랑이, 내 안에 저렇게 눈보라 쳐서


오태환(1960~)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눈보라가 치는 내면이 있다. 내면의 공간에 온통 눈보라가 벌떼처럼 붐비는 이가 있다. 시인은 사랑을 겪는 이의 속마음을 눈보라 치는 공간에 빗댄다. 그리고 그 눈보라를 돌팔매 혹은 몰매, 비처럼 쏟아지는 유성, 외면하는 듯 고요하거나 무심한 감정 등으로 이해한다. 사랑을 겪는 이의 심정은 순간순간 격렬하고, 빛나고, 놀라고, 마음이 상하고, 배회하는 심정일 테다. 그리고 이와 같이 여럿의 감정이 함께 사는 내면의 공간은 큰 파도와 잠잠한 해수면이 수시로 교차하는, 깊고 광활한 바다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태환 시인은 다른 시편에서 “봄이 와서 허천나게 꽃이 피면, 벌서듯이 서서 그대를 생각하는, 수척한 사랑이 있었네”라거나 “늘 그대 등 뒤에서 환한 섬들 같은 사랑이 있었네”라고 노래해서 사랑하는 이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앓는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문태준 |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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