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죄를 하나 더 추가해야 한다. ‘국어오염죄’가 그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미 수많은 죄를 지어왔다. 반민특위를 폄훼하여 역사를 왜곡해 101세의 독립운동가가 국회에까지 나와서 성명서를 읽게 하는 죄를 범했다. 패스트트랙을 저지한다고 국회를 폭력으로 난장판을 만들고는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저항권이라고 우겨댄다. ‘헌법 수호’와 ‘독재 타도’를 내걸고 그들은 저항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박정희가 했던 독재는 개발을 위한 독재니 용인할 수 있지만 ‘좌파독재’는 망국으로 가는 것이므로 저항권을 발동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연일 기염을 토해낸다. 

그래서 올해 5월에는 ‘신자유당(자유한국당)’의 ‘5월투쟁’을 보게 될 것 같다. 매년 5월이 오면 ‘5월투쟁’을 하던 때가 있었다. 광주 시민들을 자국의 군인을 동원해서 잔인하게 학살한 전두환 군부정권에 맞서는 투쟁을 ‘5월투쟁’이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사과탄, SY-44 깡통형탄, ‘지랄탄’이라고 불린 다연발탄 등이 매캐하게 깔린 거리에서 백골단으로 대표되던 폭력기계들에 의해 짓밟히고 매 맞고, 피 흘리며 끌려가던 시절의 이야기다. 더러는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면서까지 저항하던 처절한 투쟁의 시절에 외쳤던 구호는 ‘독재타도, 민주쟁취’였다. 학살정권, 고문정권, 폭력정권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저항밖에 없었다. 그때 언론도 장악되어 언로는 차단되었고, 권력에 대한 어떤 비판도 허용되지 않았다. 광주의 학살을 말하는 것 자체가 탄압의 대상이 되었던 그 시절, 우리는 피 흘리며 끌려간 동료들을 생각하면서 그래도 오고야 말 민주주의의 신새벽을 노래하고는 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그런 5월투쟁들이 쌓이고 쌓여서 마침내 6월항쟁을 일궈냈다. 수백만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최루탄 가스 자욱한 거리에서 쟁취했던 게 지금의 헌법이다.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로 시작된다. 저항권을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정신으로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1997년 헌법재판소는 “저항권은 국가권력에 의하여 헌법의 원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행하여지고 그 침해가 헌법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서 다른 합법적인 구제수단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에 국민이 자기 권리·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실력으로 저항하는 권리이다”라고 정의했다. 

패스트트랙이 ‘헌법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일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다음에도 얼마든지 협상을 통해 법안을 조정할 수 있고, 마지막에 법안 통과 직전에도 표를 단속하면 될 일이다. 330일이나 남았고, 해도 해도 안되면, 마지막에는 국회선진화법을 어기지 않으려 민주당이 썼던 필리버스터란 방법도 있다. 

그러므로 나경원 원내대표가 저항권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일 뿐만 아니라 심각하게 저항권이라는 개념을 왜곡하고 조작하는 짓이다. 나 원내대표가 저항권 운운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사람은 다 안다. 밥그릇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밥그릇에는 불법적인 수단의 동원도 불사하는 정치인, 정작 다루어야 할 국민들의 밥그릇에는 눈길 한 번도 주지 않는 정치인의 모습을 어쩔 수 없이 보게 된다. 

좌파독재라는 규정도 그렇다. 언론이 권력에 장악되어 언로가 막혔을까? 정권을 비판하는 말을 한다고 잡혀가는 일이 있을까? 최루탄도 백골단도 없고, 경찰은 박근혜 정권 때와는 달리 막말과 혐오 표현이 대부분인 ‘태극기모독부대’의 집회와 시위마저도 보호해주고 있다. 그 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대통령을 모욕하다 누가 체포되고 연행되어 가고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매주말 광화문에는 청산되지 않은 적폐세력들이 ‘태극기모독부대’로 변모하여 점령하고는 한다. 오늘의 언론과 집회·시위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서 애썼던 이들은 뒷전으로 몰리고 여기에 무슨 좌파는커녕 독재의 기운이 있기라도 한 것인지 모르겠다. 

나경원 원내대표와 ‘신자유당’의 국어 오염은 집권여당이었던 시절부터 지속되어온 전통이기도 하다. 그들에 의해서 국어의 개념과 단어들은 혼탁해졌다. 나 원내대표는 2007년 이명박 후보의 선거대책위 대변인을 맡았을 때, “주어가 없다”는 말로 독특한 국어 실력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때는 북한이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가, 막상 북한이 참여한다고 하니까 “평양올림픽”이라는 말을 만들어 반대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합의하겠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비례대표를 없앤 안을 선거개혁안이라고 들이밀었다. 자신이 한 말을 그때그때 바꾸는 야누스 정치인의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주었다. 

나 원내대표의 말에 환호하는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글귀가 있다. “매국노는 친일파를 낳고, 친일파는 탐관오리를 낳고, 탐관오리는 악덕기업인을 낳고,…” 박완서 선생의 <오만과 몽상>에 나오는 대목이다. 반면 “동학군은 애국투사를 낳고, 애국투사는 수위를 낳고, 수위는 도배장이를 낳고,… ” 친일파와 애국투사의 족보를 극명하게 대비시켜 보여주었다. 수십년 전에 읽은 이 대목이 생각난 것은 왜일까? 그는 어디서 개념조작, 망언과 왜곡의 국어를 배웠을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이라든가, 반민특위 왜곡 발언, 5·18 망언 의원들에 대한 두둔 등으로 이미 그는 전력을 쌓아왔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말하면 세상 사람들이 순순히 수용할 것이라고 믿는 것일까? 그렇다면 오만의 극치다. 그렇게 언어의 개념을 조작하고 왜곡했던 한 선배 정치인은 대통령의 자리에서 물러난 뒤 재판을 받고 있고, 한 선배는 서울구치소의 503호에 갇혀 있다. 

박완서 선생은 오만과 함께 몽상을 짝으로 지어 놓았다. 나 원내대표의 오만함이 몽상으로 이어지는 일은 불행으로 귀결될 것이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노할 ‘국어오염죄’를 그가 더 이상은 짓지 않기를 바란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4·16연대 공동대표>

Related Posts Plugin for WordPress, 

Blogger...
Posted by KH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