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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경복궁 향원정

1971년, 2022년 경복궁 향원정.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일제강점기, 고종 시절의 궁궐 소식을 전해주는 조선 늬우스(뉴스)입니다. 깜깜한 밤이 대낮처럼 환해지는 걸 믿을 수 있습니까? 이런 기적 같은 일이 궁궐(경복궁)에서 일어났습니다. 에디슨이 발명한 ‘전구’에 불이 들어와 가로등불이 어둠에 잠긴 왕과 왕비의 휴식처인 향원정 모습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전구의 점화에 필요한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발전기를 돌려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냉각수는 궁궐 안에 있는 향원정 연못에서 끌어왔습니다. 그런데 뜨거워진 발전기의 물이 역류하는 바람에 연못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고 어느 궁녀가 익명으로 제보를 했습니다. 이러다 향원정 연못이 온천으로 변하는 건 아닐까요?

다음 소식입니다. 겨울한파에 꽁꽁 얼어붙은 향원정 연못에서 ‘빙예(氷藝)’라고 불리는 스케이팅 공연이 열렸습니다. 칼날처럼 생긴 스케이트를 신고 빙판을 달리는 남사당패 묘기 같은 놀이를 조선에 거주하는 미국, 러시아의 외교관과 선교사들이 선보였습니다. 고종 임금과 명성황후는 온돌이 설치된 향원정에서 엉덩이 뜨뜻하게 관람했다고 합니다. 연못물이 겨울엔 얼었다가 전기발생 때는 뜨거워지며 냉탕, 온탕을 오가네요. 허약한 조선의 국력, 건강이 염려됩니다.

이번 순서는 조선의 미래를 알아보는 타임머신 뉴스입니다. 경복궁의 연못 가운데 섬 같은 향원정을 건너가는 다리인 취향교는 근대화의 상징으로 서양식 아치형 공법으로 제작되었는데요. 조선 땅이 남북으로 갈라져 1950년에 전쟁이 벌어지면서 이 다리가 파괴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1953년에 고증도 없이 다른 모양새의 다리가 만들어졌다가 2021년에야 원래 모습으로 복구된다고 합니다. ‘향기에 취하는 다리’라고 해서 취향교(醉香橋)인데 후손들이 술에 취했는지 아니면 돈에 취했는지, 다리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네요.  

추석 보름달이 경복궁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 오늘은 향원정의 전구가 켜지지 않아도 될 거 같습니다. 앗! 속보가 들어왔습니다. 1895년 10월8일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일본 자객들이 한밤중에 경복궁을 습격하여 명성황후를 살해하고 그 시신을 태운 후 향원정 연못에 던져 넣었다고 합니다. 믿을 수 없는 가짜뉴스 같은 일이 벌어졌는데요. 궁궐을 밝히던 전구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조선의 운명 앞에 그 불빛이 꺼져버렸습니다. 이상으로 조선 늬우스(뉴스)를 마치겠습니다.

<김형진 셀수스협동조합원>

 

 

연재 | 반세기, 기록의 기억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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