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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쿠팡이다. 헤럴드경제의 ‘라이더 연봉 1억원’ 보도 이후 라이더들의 반응이다. 기사를 보고 접속한 라이더가 늘자 쿠팡이츠는 단가를 바로 내렸다. 배달 1건당 3500원까지 내렸다. 언론은 3만3000명의 쿠팡라이더 중 1위의 주말 일당을 기준으로 연봉을 계산해 홍보했고 쿠팡이츠는 풍부한 인력과 저렴한 배달단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여름과 겨울은 라이더의 성수기다. 날이 험해 배달수요는 느는데, 일하는 라이더는 준다. 반대로 봄, 가을은 비수기다. 매년 큰 회사들이 여름과 겨울 프로모션을 진행하다 봄과 가을에 종료시켰다. 계절에 따라 한 번씩 바꾸던 배달료를, 매일 공지하는 방식으로 바꿨던 플랫폼사는 이제 2~3시간 단위, 급기야는 실시간으로 바꾸고 있다. 라이더들은 연봉은커녕 하루 일당도 예상하기 힘든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것은 노동자를 통제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낮은 가격의 배달료라도 꾸준히 타야 하는 전업 라이더와 프로모션에 따라 로그인과 로그아웃을 반복하는 플랫폼 라이더들을 요금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높은 수익의 유혹에 넘어간 새로운 대기자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라이더의 협상력은 떨어지고 낮은 가격을 거부할 힘도 사라진다. 신문에서 본 수익을 달성하지 못한 기사들은 난폭해지거나 장시간 일하다 사고가 난다.

모두 서울이야기다. 지역에서는 배민라이더도 수수료를 떼고 2300원을 받는다. 쿠팡이츠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동네배달대행사는 누구나 창업할 수 있기 때문에 단가인상경쟁이 아니라 인하경쟁이 벌어진다. 음식점들은 100원이라도 싼 배달대행사로 옮겨간다. 굳이 프로모션을 주지 않아도, 전화로 왜 출근 안 하냐고 욕하거나, 앱 접속을 막아버리거나, 카톡방에서 공개망신을 주는 방식으로 통제할 수 있다. 라이더들은 계약서상 사장님이지만 일할 때는 근로자보다 더 강한 지휘를 받는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배달지연도 배달산업의 외주화가 낳은 구조적 문제다. 10명의 자영업자가 각각 1명씩 직원을 고용해 배달을 시키던 것을 4~5명의 공용라이더로 대체한 게 배달대행이다. 공용으로 사용하려면 배달노동자가 독립된 사장님이 돼야 했다. 배달대행사는 사장이 된 라이더들을 데리고 음식점에 가서 ‘오토바이를 살 필요 없고, 노동법도 필요 없고, 사고가 나도 책임 안 져요’라고 광고한다. 자영업자들은 월 400만~500만원의 비용을 건당 3000~4000원으로 아낄 수 있게 됐다. 건당으로 수익을 얻는 라이더들은 특정 가게의 배달을 책임질 이유가 없다.

배달이 외주화되면서 음식 값에 숨겨둔 배달료도 드러났다. 소비자들은 왜 배달이 무료가 아니냐고 발끈하고 자영업자도 배달료가 왜 이리 비싸냐고 하소연한다. 배달이 공짜면 라이더가 노예라는 뜻이고, 물가는 오르는데 배달료만 안 오르면 노동자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값싼 배달료에 라이더들은 여러 건의 배달을 하다 도로 위에서 죽고 다치고 버려진다. 그래서 수익이 높아도 실제 배달 일을 하는 이들은 적다. 설사 연봉 1억원이 사실이라도 뭐가 문제인가. 땀 값, 목숨 값이 싼 게 문제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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