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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은 강제로 플랫폼 라이더에게 징수해 놓고, 그걸 이유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졸속행정입니다.” 라이더유니온 커뮤니티에 올라온 조합원의 절규다. 배달 노동자들은 1월1일부터 고용보험이 적용됐는데, 고용보험가입자들에겐 특고 프리랜서 6차 재난지원금을 지원해주지 않아 일부 노동자들이 분통을 터트렸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고용보험과 특고 프리랜서가 고용보험이 다르다는 걸 몰라서 발생한 해프닝이다. 배달할 때마다 배달앱에 ‘고용보험료’라는 이름으로 보험료가 차감되는 걸 본 배달노동자가 특고 고용보험이 따로 있다는 걸 어떻게 알겠는가. 신규 신청자는 6월23일부터 신청이 가능한데, 너무 빨리 신청해 ‘신청대상자가 아닙니다’라는 안내를 받고 고용보험 때문에 탈락했다고 믿는 사람까지 생겼다.

물론 고용노동부가 만든 공고문에는 특고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원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대부분 ‘6차 재난지원금’으로 알고 있는 지원금의 정식명칭은 ‘코로나19 특고프리랜서 고용안정지원금’으로 재난지원금으로 검색하면 공식 홈페이지가 나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공식자료 대신 뉴스나 인터넷 글로 정보를 얻고 있다. 공식홈페이지를 찾더라도 고용노동부가 게시해 놓은 15쪽의 공고문을 차분히 읽고 이해하는 건 쉽지 않다.

필수서류 6장, 2020년 연소득자료, 2021년 10~11월 소득자료, 올해 3월 또는 4월 소득과 비교해 25% 소득감소를 입증할 전년도 소득자료까지 총 10장의 입증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문제는 계약서작성은 물론, 세금신고조차 하지 않는 지역 동네배달대행사 소속 노동자들이다. 제도 밖 노동자들은 사장의 서명이 필요한 노무제공사실 확인서나 통장입금내역 등 별도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데, 서명을 거부하는 사장 때문에 신청을 포기하기도 한다. 이런 비공식 서류들은 공무원 노동자들을 끔찍한 노동으로 몰아넣는다. 공고문에는 20년도 소득을 통장입금내역으로 제출하려는 노동자들에게 ‘노무를 제공하고 발생한 소득에 형광펜 등으로 표시’해 달라 부탁하고 있다. 무려 1년치 입금내역을 살펴보면서 노무 제공소득만을 골라 읽어야 하는 공무원 노동자의 절규다.

많은 라이더들의 문의에 복잡한 공고문을 읽고 해설해주는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영상에는 “누구는 똑똑해서 받고 누구는 멍청해서 못 받냐. 쉽게 쉽게 해 놔라”는 댓글이 달렸다. 물론 차근차근 읽는다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는 공고문을 읽고 서류를 준비하는데 하루도 걸리지 않는 반면, 내용을 이해하고 서류를 준비하는 데 일주일 이상 필요한 사람도 있다. 실제 지역조합원과 간담회를 개최했는데 참석자 전원이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의 존재조차 몰랐다. 국가 도움이 필요한 국민들 사이에 심각한 정보격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복지제도를 읽기 어려운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경제적 불평등 해결을 위한 제도가 오히려 불공정의 상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증세와 사회보험, 복지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감세와 복지축소를 지지하는 여론을 강화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복지신청 서류에 형광펜으로 표시해 달라는 것보다 반짝이는 제도적 상상이 필요하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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