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마스크를 쓰고 도심을 걸으며 안내문을 하나씩 읽었다. 거의 모든 곳에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주로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시간을 단축한다는 내용이었고, 경영 악화로 폐업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미술관과 도서관엔 휴관, 병원엔 면회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문장은 짧고 간결했지만 문장 뒤 상황은 간결하지 않을 것이다. 생활이 조금 불편해졌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삶이 무너지는 이도 있을 것이다. 안내문 뒤에 감춰져 있을 사연과 풍경이 모두 합쳐졌을 때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생각해본다. 변화로 인한 충격은 바닥에서부터, 가장 약한 부분부터 올 것이다.

지난주에 개강을 했지만 등교를 못 하고 화상채팅 앱을 이용하여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수업을 듣기에 무리는 없었지만 화상채팅 특성상 개인 공간이 공개되는 게 불편했고, 눈이 피곤하여 집중하기가 다소 어렵다고 느꼈다. 내가 조금 불편하다고 느낀 지점들이 누군가에겐 수업받기가 불가능한 이유가 될 것이다. 입술 모양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화상채팅으로는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은 수업을 듣기 어렵다. 실시간이라 자막도 없다.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없는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평상시라면 그럭저럭 간신히 유지되었던 것들이 비상 상황에서는 제일 먼저 불가능해지고 무너진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근로자, 요양병원 환자들이 집단감염에 먼저 노출되었다. 감염에 대한 우려로 무료급식은 중단되었다. 바로 지금 유심히 들여다본다면 그동안 간신히 버티고 있던 것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우리 사회에서 약하고 부족한 부분들을 찾아내는 계기로, 보수하고 더욱 탄탄하게 만들 기회로 삼을 수도 있지 않을까. 백신이 만들어지고 이 상황이 종식된다고 해도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안내문을 하나씩 읽어나가며 생각해본다.

<정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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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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