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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녹색세상

사람이 먼저인 나라

경향 신문 2018. 12. 28. 14:09

아이들을 위한 세금을 아이들을 위해 쓰라는 당연한 요구에도 소수 기득권을 위해 묵살하는 사회,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작업환경 요구에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반대하는 사회, 부자가 세금을 조금 더 내고 가난한 사람의 소득을 높이면 국민이 못살게 된다고 반대하는 사회, 회계를 조작한 회사를 엄벌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조작을 옹호하는 사회, 부동산 불로소득에 부여하는 세금을 높이는 게 폭탄이라고 하는 사회, 미세먼지와 화학물질 공포의 개선을 위해 규제를 강화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반대하는 사회, 위장전입과 부동산투기, 탈세의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 중에는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가 없다는 사회, ‘착한’이란 말로 포장해서 최저임금조차 쥐여주지 않으려는 노동착취를 미화하는 사회, 그래서 피해자만 억울한 사회. 2018년에도 변함없이 우리 사회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묻고 싶다. 대한민국은 사람이 안전해지면 망하는 나라인가? 세금이 본래 목적으로 쓰이면 망하는 나라인가? 부정한 회사를 엄벌하면 망하는 나라인가?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을 높이면 망하는 나라인가? 집값이 수억원 올랐다가 몇천만원 떨어지면 망하는 나라인가? 미세먼지가 줄어 좀 더 깨끗해지면 망하는 나라인가? 범법자가 아니고서는 인재가 없는 나라인가? 가난한 사람이 소득이 늘어나면 망하는 나라인가? 대기업의 부정부패와 재벌의 갑질이 사라지면 망하는 나라인가? 서울 집중이 분산되면 망하는 나라인가? 남녀노소가 평등해지면 망하는 나라인가? 이 수많은 질문에 동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보다 평등한,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길 바라는 국민이 대다수임에도 우리는 그러하지 못하고 있다. 눈에 뻔히 보이는 파렴치한 손들의 방해로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유엔이 추구하는 환경적으로 건전한 ‘지속가능한 사회’가 아닌 ‘부와 권력의 세습만이 지속가능한’ 계급이 고착화된 사회로 변모해 있다.

2018년은 우리에게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큰 과제를 안겨준 해이다. 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강했으면서도 소수 기득권 집단이 보여준 응집된 저항의 힘에 절대다수의 정당한 요구가 잠식당하는 무기력함을 보였기 때문이다. 환경적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기후변화의 공포를 온 국민이 체험한 해이다. 많이들 잊었겠지만, 이번 여름 더위와 관련한 각종 기록이 경신되면서 온열질환으로만 48명이 숨졌고, 현재진행형인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그러면서도 당장 청년의 목숨값으로 연명하는 저질 화석에너지를 포기하지 못하며,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디젤의 가격을 오염자 부담원칙에 입각하여 정상화하지도 못한다.

전문가의 압도적 무용론에도 4대강 사업을 추진한 토건세력의 집요함과는 달리 온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유치원 비리근절법조차 통과시키지 못하는 모습은 보다 정의로운, 사람이 먼저인 사회로의 전환을 추구하는 정부가 돈과 언론의 권력을 앞세운 수구 금권세력에 밀리는 모양새로 비춰진다. 잠시 숨죽이던 이들은 조금씩 틈을 비집고 다시 과거로 회귀하려 총력을 다하는 상황이 채 임기 절반도 안된 촛불정부에 드리워졌다.

그 어떤 정책이라도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득실이 있기 마련이라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는 없다. 이번 정권에서 대다수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모든 부정부패와 사회문제를 없애고 모두가 잘 사는 대한민국이 되는 마법이 아니다. 그간 기득권이 누린 비정상적 혜택을 줄이고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약자들을 위한 민주국가 본연의 정책이 구조적으로 싹을 틔우는 ‘사람이 먼저’인 사회로의 작은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다. 새해에는 미봉책의 표면적 지원이 아닌 ‘구조적’ 변화를 불러올 결실을 볼 수 있을까? 경기침체를 빌미로 한 거대 SOC사업의 부활은 더 큰 불안의 징표로 보인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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