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마두금이 울리는 몽골의 내륙 사막. 영화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가 여기선 ‘사막과 슬픔의 볼레로’로 바뀐다. “몽골시골몽골시골….” 풀벌레 눈물타령. 방음이라곤 되지 않는 천막집 게르. 침대는 움직일 때마다 공포영화의 효과음처럼 끽끽거린다. 밤 9시가 넘어도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백야의 초원과 사막. 옛 우리 조상들은 몽골과 한 지붕을 덮었다. 대륙을 나눠 쓰면서 말을 달렸다. 말 대신 지금은 오토바이가 눈에 띈다. 

유목민들은 여기 천막집 게르에서 살아간다. 게르에서는 밥 냄새가 항상 폴폴 난다. 일본에서 가장 방귀를 잘 뀌는 인간 ‘아까끼고 또끼어’도 게르에서 살면 냄새가 금방 달아나서 살 만하겠어. 구두쇠 ‘무라카와 쓰지마’는 수세식 화장실이 없는 이곳에서는 김새는 이름.

몽골엔 홉스굴 같은 너른 호수도 있다. 전에 왔을 땐 홉스굴에서 보트를 탔다. 사막의 눈물이 다 모여 있는 그곳. 사막은 본디 바다였다가 물을 잃고 말았으리라. 사막 모래는 그래서 꺼이꺼이 소리내어 운다. 바닷물과 헤어져 슬픈 모래는, 마두금에 맞춰 노래를 한다.

배에 같이 탔던 몽골 친구가 그랬다. 물이 드문 초원의 마부나 목동, 사막의 상인이 되지 않아서 정말 만족한다고. 물이 없는 곳에 사는 괴로움을 상상해봤다. 이렇게 귀한 물에다 쓰레기를 버리는 문명. 플라스틱 부유물과 폐그물, 폐유 유해물질을 몰래 버리는 범죄자들. 급기야는 방사능 오염물질까지 바다에 흘린다. 물고기 한 마리 살 수 없는 사막이 되고 말리라. 

산양은 높은 절벽에서 살면서 인간이 사는 마을 따위 거들떠보지 않는다. 인간의 쓰레기에는 입도 대지 않겠노라 각오했을까. 어쩌다 비가 내리면 얼굴을 씻기는 하겠지. 양심을 씻어야 하는 인간보다 성화된 존재가 분명하다. 

나는 게르 바깥에서 세수를 했다. 손바닥으로 물을 받아 흙먼지나 씻는 정도. 향수 대신 초원에서 나는 허브향으로 땀내를 쫓는다. 단출하고 가볍다. 유목민이 된 기분이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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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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