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내년에 중소기업까지 확대하는 주52시간제의 보완책을 서두르라고 8일 주문했다. 국회엔 “탄력근로제 등 보완입법이 시급하다”고 했고, 정부엔 “입법이 안될 경우도 생각해 할 수 있는 대책들을 미리 모색해달라”고 지시했다. “경제계 우려가 크다”고 전제한 데 대해 노동계는 “주52시간제를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으로선 중소기업 주52시간제 시행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현장 안착까지 제도나 준비상황이 미흡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음직하다. 조국 파동에 묻혀 있는 다급한 ‘국정 뇌관’을 직접 공론화한 셈이다.

주52시간제가 새로 적용될 50~299인 사업장은 2만7000개로 추산된다. 지난해 7월 시작된 300인 이상 사업장 3500개보다 8배 많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정부 실태조사에서 39%가 주52시간제 준비를 못했다고 인정했다. 인건비가 부담되고 업무량도 들쭉날쭉해 인력 채용의 고충이 크다고 토로한 것이다. 한 해 370명이 과로사하는 ‘피곤한 대한민국’의 중심엔 중소기업이 있다. 대기업에서 안착 단계로 접어든 주52시간제가 내년부터 실질적인 분수령을 맞는 셈이다. 그럼에도 주52시간제를 준비한 중소기업은 지난 1월 56.7%에서 7월까지 4.3%포인트 느는 데 그쳤다. 1년6개월 유예기간을 두고도 거북이걸음만 해온 것이다. 정부는 회초리를 자청하고, ‘핀셋 보완책’을 찾아가야 한다. 길이 멀지만, 현실 속 주52시간제는 사회적 대화도 국회 논의도 공전하고 있다. 탄력근로제는 지난 2월 경사노위에서 한국노총이 참여해 ‘주52시간 적용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합의안을 냈지만 국회 입법은 7개월째 서 있다. 자유한국당은 ‘1년 연장’을 요구하다 사실상 무제한 연장노동이 가능한 선택근로제 기준을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자는 역제안을 내놓았다. 재계는 특별연장근로와 노사가 합의한 노동시간만 인정하는 재량근로제 확대를 요구하고, 민주노총은 “모두 개악”이라며 11월 파업을 예고한 터다. 노동계 우려엔 ‘노동존중’을 선언했던 정부에 대한 불신이 배어 있다.

‘저녁 있는 삶’은 시대적 대의이고, 행복의 척도가 됐다. 이제 해법은 중소기업으로 넘어가는 주52시간제의 문턱이 높은 현실을 인정하고 시민들과 소통·공유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정부는 연말까지 중소기업의 인력 채용 인센티브와 스마트공장 설비 지원에 총력을 쏟고, 계도기간 고민은 그 판단이 선 후에 내놓는 게 순서다. 제대로 해보지도 않은 채 주52시간제 근간을 흔들지 말고, 제도적 보완책은 중소기업 수요가 많고 사회적 대화의 첫 매듭인 탄력근로제를 논의 중심으로 삼는 게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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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H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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